김대중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내각제 개헌문제를 자민련 인사와 사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한데 대해 김종필 총리와 박태준 자민련 총재 모두
이를 부인하고 나서 여권 관계자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1일 "김 총리가 김 대통령과 그런 얘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총재도 이날 "김 대통령과 사적으로 내각제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그러나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에 어느 정도 말씀이 있었다는
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의 발언은 김 대통령이 언급한 "자민련 지도부와의 사적인 대화"
대상에 자신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 독대에서는
내각제와 관련한 모종의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총리실이 이를 부인한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김 대통령과 김
총리간 내각제 개헌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정치권의
"화두"가 개헌문제로 급속히 쏠릴 것을 우려한데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박 총재는 이날 자민련 월례조회에서 "지난해 12월18일 김 대통령이 두분
간에 대화를 하겠다고 한 이후 겸허하게 기다린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당내에서도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예의"
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과 김 총리는 이날 주례독대에서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정계개편, 대구.경북과의 연합 등 정치권 관심사와 한나라당의 잇단 영남
지역 집회 대응책 등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각제 공론화 시기등에 대해서도 은연중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지 않았
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청와대측과 총리실은 회동이 끝난 뒤 독대 내용에 대해서는 "발표할
것이 없다"고만 전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