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마지막 사회주의 대국인 중국이 사상 최초로 헌법에서 "사유경제"
를 공식 인정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즉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폐막된
제7차 회의에서 사유경제 인정, 덩샤오핑 노선 계승, 법치국가 건설 등 6개항
의 개헌안을 발표했고 오는 3월5일 열리는 제9기 전인대 제2차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번 개헌안은 지난 78년에 채택된 개혁.개방노선의 결과인 급격한 경제
성장 및 사회변화를 공식화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동안 쌓인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즉 중국은 "장기간 사회
주의 초급단계에 처할 것"이라는 인식아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한편 국유기업 개혁과정
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실직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도 비공유경제를 강화
시킬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종업원수가 8명 미만인 개체경제와 8명 이상인 사영경제로 구성된 비공유
경제는 지난 20년간 급속한 팽창세를 보여 지난 97년 현재 <>국민총생산의
23.3% <>사회고정자산투자의 32% <>국가재정수입의 11.6% <>공업생산의
21.2% <>농업생산의 27.5% <>건축업의 19.3%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88년에 8개에 불과했던 사영기업은 불과 10년만인 지난해에 무려
5만여개로 급증했다.

따라서 현행 헌법에서는 공유경제를 보충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는 비공유
경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구성부분으로 격상한 것이나 이미 15전
대에서 당의 지도사상으로 채택됐던 덩샤오핑 이론을 헌법서문에 명시한
것은 현실을 추인한 것일 뿐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헌법개정은 지난 97년 15전대 정치보고 내용을 근거로 한 것으로 "꼭
필요하고 조건이 비교적 성숙한 문제만 개정할 것"이라는 헌법개정특별팀인
톈지윈 전인대 상무부위원장의 말로 뒷받침된다.

어쨌든 개인의 재산형성 보유 사용 이전 상속 등 사유재산권을 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중국은 적어도 경제부문에서는 사회주의의 틀을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공산당의 영도"만 인정하는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개헌안이 제5조에 "중국은 법치국가"라고 명시하고 28조에서
그동안의 "반혁명죄"를 "국가안전 위해죄"로 바꿔 규정한 것도 이같은 모순에
따른 사회불안 및 공산당에 대한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4년 처음 제정된 뒤 75년과 78년 및 82년에 전면 개정됐고 88년과
93년에 이어 또다시 부분적으로 개정될 예정인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이
기로에 선 중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