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료들과는 달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유의 말을 않해서 좋았다.

기업인들이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아 믿음이 갔다.

한국에 좋은 파트너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오후 영국 런던 CBI(경제인연합회) 본부.

한국경제설명회를 듣고 나온 한 영국 기업인이 밝힌 소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일간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4개국을 돌며 치른
한국경제 로드쇼(roadshow:순회 설명회)의 성과는 이 한마디에 요약돼있다.

"한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를 궁금해하는 현지인들에겐
기업인들이 이런 자리를 만든 자체가 의미있었던 셈이다.

특히 이번 로드쇼는 국제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단행됐다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새로운 투자적격지로서 알리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부분 유럽국가들이 지난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피해 브라질
등 자원국에 투자했던 펀드들이 큰 실패를 보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번
로드쇼에 쏟는 금융인들의 관심은 "뜨거운" 수준이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로드쇼 기간 중 기자
간담회에서 "외환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해서 투자유치를 머뭇거려선 절대
안된다"며 "기존 외화부채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외자를
끌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표단장인 손병두 전경련상근부회장은 "브라질 사태로 국제적인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는 나라에
투자가 몰리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민간연구소 이코노미스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독일
로드쇼에서 코메르츠방크 등 현지 금융기관들은 "한국 기업들이 외평채
발행 등으로 지난해 빌어간 돈을 바로 갚지 않다도 좋다"며 이자 등 조건을
변경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5대그룹이 처음으로 시도한 공동 IR(기업설명회)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점도 이번 로드쇼의 성과다.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관계자는 "정책당국자들이 장황한 계획을
늘어놓을때 보다 프랑스 경제인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빅딜" 등으로 불안해하는 유럽현지 사업장들을 안심시킨
것은 부차적인 수확이다.

현대전자 유현규 전무(영국본부장)는 "영국이나 프랑스인들은 자국에
한국 기업들이 벌여온 투자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제
별도 설명회를 갖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준비기간이 짧아 현지 행사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좀 더 많은
현지인들을 참가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경련은 오는 5일에는 일본에서, 21~26일에는 미국 홍콩 싱가포르에서
대표단 규모를 확대해 로드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 다보스=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