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 달에 비해 0.1% 떨어졌다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98년 11월부터 석달째 하락세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는 국민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담뱃값과 지하철요금이 오른데다 설을 앞두고 농축산물
등 제수용품 가격도 껑충 뛰고 있다.

이같은 "통계와 현실과의 괴리"는 물가지수를 작성하는 방식에 이미 담겨
있다.

이른바 "통계의 함정"이다.

<> 물가지수 어떻게 작성하나 =현재 소비자물가는 통계청이 36개 도시에서
주요 품목의 가격변동을 매달 조사해 작성한다.

조사 대상품목은 5백9개이다.

통계청은 이처럼 조사된 가격변화를 각각 품목별 가중치를 매겨 물가에
반영한다.

가중치는 1년간 소비자들이 해당 품목을 사거나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금액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

지출액이 많은 품목에 높은 가중치를 둬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전체 가중치의 합은 1000이다.

예로 현재 쌀의 가중치는 27.6이다.

한 가구가 1년에 1천원을 지출한다면 그중 쌀값으로 27.6원을 쓴다는
얘기다.

이같은 조사대상 품목과 가중치는 5년에 한번씩 바뀐다.

현재 물가지수를 작성하는 기준은 지난 9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 소비패턴은 급변, 통계는 고정 =문제는 이같은 통계가 급변하는 소비
패턴을 반영하지 못한 "죽은" 통계라는 데에 있다.

올 1월 물가지수는 지난 95년 지정된 품목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당시에는 소비가 적었더라도 지금은 지출이 급팽창한 품목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지출비중이 줄어든 분야도 있다.

예로 정보통신비 전화비 컴퓨터구입비 등을 보자.상식적으로 볼때 정보화
물결에 따라 이들 품목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히 커졌음직
하다.

하지만 95년 기준으로 작성된 가중치는 개인용 PC가 4.9, 노트북은 0.3이다.

가입자 1백만명을 훌쩍 넘어선 PC통신의 이용료는 0.1에 불과하다.

PC통신 이용료가 1백% 오른다하더라도 물가상승 압력은 0.01%에 그칠수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중치가 5년동안 고정돼 있기 때문에 현실의 소비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에도 소비패턴은 또다시 변하고 있다.

같은 용도의 상품이라면 가격이 더 싼 대체용품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 역시 아직은 물가통계 작성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체감지수를 보려면 =통계청도 이같은 불일치를 인정하고 있다.

지수물가는 5백9개 품목 전체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식료품 등의 가격변동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체감물가는 일부 품목의 급격한 가격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도
있다.

따라서 통계청도 보조지표로 지난해 4월부터 생활물가지수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전체 5백9개 품목중 농축수산물 교통요금 석유제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1백54개 품목을 따로 뽑아 가격변동을 계산한 것이다.

그나마 현재 물가변동을 정확히 알려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를
비교해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