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지난 28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회의에서 주요 발언자들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앞세운 세계화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위기관리 정책 등에 대해 격렬한 비판을 제기
했다.

"책임있는 세계화,세계화의 충격관리"라는 주제로 열린 첫날 회의에서
세계 36개국에서 참석한 정치인 학자 경영인 등은 "세계화는 각국의 경제
발전 단계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세계경제
위기를 해소하고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이념 정립이 시급
하다고 지적했다.

개도국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책임있는 시장경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미국 MIT대의 루디거 돈부시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는 커녕 잘못된 신자유주의식 처방으로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고 비난하고 "캉드쉬 총재를 해임하는 등 지도부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과 스트라스 칸 독일 재무장관
역시 "미국 금융자본의 논리가 아무런 제한 없이 개도국들에 일방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기업과 사회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경쟁원리와
사회적 이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유럽식 시장경제를 적극 옹호했다.

리콴요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미리 배포한 연설문을 통해 "아시아 경제위기
에도 불구하고 공동선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존중돼야 한다"며 미국식
시장경제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차관은 "달러에 편중돼 있는 통화질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달러와 유러, 엔의 균형있는 조화를 주장했다.

이에대해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세계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단기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는 등 부분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가 확산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단합이 중요
하다"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간접적으로 견제했다.

이밖에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환율 변동에 대한
국제적 조율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등 저명인사들이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28일 개막된 다보스 회의는 <>아시아 기적 재현의 조건(30일) <>금융
국제화의 전망과 과제(31일) <>세계화 추진방안(2월1일) <>이노베이션
지수개발(2월2일)의 주제로 이어지며 2월2일까지 계속된다.

< 다보스=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