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도들은 가끔 명화의 비밀을 캐기 위해 선배의 붓터치를 그대로 모방해
본다고 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98년작 "싸이코"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40여년전에
만들었던 동명의 작품을 쌍둥이처럼 재현한 영화다.

현대적 상황에 맞게 여주인공 마리온이 갖고 도망치는 돈의 액수를
40만달러로 올리고 영화 도입부에 히치콕이 시도했다 실패했다는 헬기촬영을
곁들였을 뿐이다.

영화는 시내 호텔에서의 나른한 정사신으로 출발, 마리온이 한적한 시골
모텔에서 살해되며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모텔의 주인은 어딘지 수상쩍은 청년과 목소리만 들리는 그의 어머니다.

마리온을 쫓아온 사립탐정마저 죽자 남은 가족들이 모텔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

히치콕의 원작은 개봉 당시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뒤이은 심리적 스릴러영화의 교과서로도 떠받들여졌다.

줄거리는 물론 카메라의 각도, 세트의 배치까지 거장의 모든 것을
흉내내봤던 구스 반 산트는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그는 "고전을 소재로 리메이크하기보다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관객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사회장에서는 "원작만 못하다"는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