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원 신덕균 회장님의 영전에 삼가 추도의 염을 바칩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전경련 총회가 열리면 임시의장을 맡아 건재를 과시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전경련 회장을 선출하는 역사적 자리였건만 최고원로로서 재계의 총의를
만장일치로 모아주시던 그 모습이 너무나 든든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든든함, 그 건재함도 세월의 부름앞에는 어쩔수 없는 법.

새삼 하늘이 야속해 집니다.

눌원 신덕균 회장님!

사업보국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오신 회장님은 경륜과 지혜를 갖춘
경제계의 선지자였습니다.

정미소를 곡물산업시설로 보아 설립하셨다는 "태평정미소" 창업의 후일담,
배고픈 것을 해결하고 나면 영양을 걱정해야 한다며 남들보다 10년은 앞선
안목으로 세운 동방유량의 설립동기, 재계 지우들과의 만남에서 간간이 털어
놓은 회장님의 회고담은, 기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새삼 그 안목과 통찰력이 그리워집니다.

재계 발전에 끼친 회장님의 족적 또한 남다릅니다.

부회장과 고문으로 40여년을 돌봐주신 전경련은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
경제단체로 자랐습니다.

기업이 잘못되면 경영자가 손해보면 되지만, 경제가 잘못되면 국민이
어려워 진다며, 전경련의 좌표는 항상 국민 경제에 두라는 전경련 초창기의
당부가 새삼 생각납니다.

국민경제를 살찌게 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야 한다는 회장님의 당찬 소신과
지론이 있었기에 한국 재계는 전경련을 중심으로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새삼 그 신념과 용기가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이제 회장님에 대한 그리움은 잠시 접어두렵니다.

후배들과 한마음되어 평소의 용기와 집념을 사업보국의 이념으로 승화시켜,
회장님이 미쳐 보고 가시지 못한 국가경제의 회생, 선진국으로의 재도약을
이룸에 매진하렵니다.

일생을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회장님의 거룩한 유지를 받들어
나라경제를 다시 반석위에 올려 놓도록 후배들 모두 노력하고 또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부디 영생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입삼 < 전경련 상임고문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