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재경원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97년
11월초 미국의 시티은행, 뱅커스트러스트및 일본 등으로부터 1백50억달러의
예비유동성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97년말의 외환보유고를 3백50억달러로 잘못 예측해 결과적으로 환율정책
등에서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IMF 환란규명 국정조사특위"
에서 기관보고와 특위위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또 환란의 원인으로 기업의 차입경영과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지적하고
"정부의 느슨한 위험관리도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말해 경제정책 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이 장관은 "한보 등 대기업의 연이은 부도로 이미 97년 1.4분기때부터
금융.외환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이후 다양한 정책이 나왔지만 외국금융기관의 자금회수로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감소해 IMF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당시 정부가 추락하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기관
의 대외채무에 대한 상환약속을 하는 등 외환확보에만 중점을 둔 것도 외환
위기를 몰고 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특히 "캉드쉬 IMF 총재의 방한 이전에 재경원에서 IMF와의 협상을
위한 준비작업을 한 적은 없다"며 "IMF 구제금융 규모에 대해 최초로 논의한
시점도 97년 11월 16일 캉드쉬총재가 처음으로 비공식 방한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경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확산되고 있던 지난 97년
10월27일 당시 재경원은 대통령주재 경제장관회의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은
동남아 외환위기의 여파 때문이며 우리 경제는 기초가 건실하므로 외환위기
를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