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금조달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다.

자금조달 주창구가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에서 채권발행과 증자 등 직접
금융으로 바뀌었다.

직접금융 안에서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부채성 자금보다는 유상증자
등 자본성 자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낮춰야 하는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유상증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맞은 올해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예상이다.

금년을 "자본시장 활성화의 해"로 잡은 정부도 적극 장려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같은 유상증자 러시로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힘겨운 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간접금융서 직접금융으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을 보면
"직접금융이 뜨고 간접금융이 진다"는게 분명히 드러난다.

작년 1-9월중 기업들은 회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을 통해
45조9천억원을 끌어다 썼다.

반면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의 경우 오히려 3조7천억원을 상환했다.

지난 97년 상황과 완전히 역전된 것.

그땐 간접금융이 37조9천억원으로 직접금융(37조1천억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직접금융시장 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기업어음보다는 회사채, 회사채보다는 유상증자"쪽으로 패턴이 바뀌었다.

실제로 상장기업의 CP 발행규모는 작년 1-9월중 4조8천억원으로 전년동기의
8조8천억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회사채 발행은 56조원으로 전년(34조3천억원)보다 63%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유상증자는 같은기간중 2조7천억원에서 13조4천억원으로 4백%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의 자금줄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그중에서도 유상증자로
쏠린 것은 지난해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크게 줄인 영향이 크다.

게다가 부채비율을 낮춰야 하는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보다는 유상증자
쪽으로 몰려간 때문이기도 하다.

<> 정부도 적극 유도 =재정경제부는 올해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적극 유도
한다는 방침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에 도움이 돼서다.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리면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이 떨어지는
효과가 크다.

또 하나는 경기활성화에도 긍정적이어서다.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확보한 돈을 설비투자 등에 쏟아부을 수 있어 경기를
부양하는 지렛대가 된다는 얘기다.

이근경 재경부 차관보는 "특히 유상증자는 증시활황을 경기회복으로 확산
시키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밝혔다.

<> 문제는 없나 =기업들의 유상증자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지만
몇가지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진짜 구조조정"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금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길이 넓어진 만큼 굳이 자산매각
이나 외자유치 등 어려운 길을 택하는 기업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자칫 대기업들이 유상증자에만 몰두하다보면 상장기업만 2백50조원을
넘는 금융부채는 좀처럼 줄지 않고 부채비율 수치만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자금편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회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은 기업규모나 경영실적이 우량한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중소기업들은 활용하기 어려운 수단이다.

물론 대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으로 옮겨가면 중소기업은 은행대출 등
간접금융 혜택을 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논리도 있긴 하다.

그러나 국내은행들의 여신관행상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늘어날지는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