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에 "딜러(대리점) 늘리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자판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대대적인 딜러망 확충 작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딜러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방주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재 2백51개의 딜러를 4백50개까지 늘려
판매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중 기아자동차 사장도 취임 일성으로 "2백99개에 불과한 딜러수를
4백30개까지 늘리라"고 지시했다.

4백46개의 딜러를 확보하고 있는 대우자판도 올해 1백개를 더 늘리기로
해 올해 늘어나는 딜러수는 4백30개나 된다.

자동차업계가 딜러 늘리기 경쟁에 나선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

딜러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대우자판은 직영영업소 영업사원들이
월평균 2.8대의 차량을 파는데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딜러 1인당 판매대수는 월 4대가 넘는다.

직영영업소 영업사원들에게는 일정 수준의 기본급에 차를 파는대로 수당을
얹어 월급을 지급한다.

과거에는 영업사원들의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아 그런대로 판매가
괜찮았다.

하지만 노조의 입김이 세지면서 기본급의 비중이 높아졌다.

수당이 큰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영업사원 가운데는 한달에 한대 판매로 버티는 경우도 많고
아예 한대도 못 파는 사원들도 적지 않다.

반면 딜러들은 차를 파는대로 마진이 자신에게 떨어진다.

딜러점 운영비를 빼고나면 고스란히 남는 돈이다.

아무리 영업사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해도 딜러의 판매력을 당할 수가
없다.

둘째 회사의 투자비와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영점을 내는데는 점포 임대비용이 만만치 않다.

판매관리비도 많이 먹힌다.

그러나 딜러는 개인사업자다.

일부 회사가 지원을 한다해도 모든 투자와 판매관리는 딜러 개인이
책임지게 된다.

회사로서는 판매되는대로 마진만 떨어뜨려 주면 된다.

셋째 적극적인 고객관리가 가능하다.

영업사원들도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지만 개인사업자인 딜러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회사도 함께 고객관리를 하게 되지만 딜러의 밀착 관리가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준다.

딜러는 대부분 실적이 좋았던 영업사원들이 독립하면서 맡게 된다.

딜러들은 차 판매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파이낸싱까지 해준다.

영업소와 같은 차를 팔아도 조건 좋은 금융을 제공하거나 마진을 포기하고
차값을 깎아줄 수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조건의 직영영업소와는 차이가 있다.

거래질서가 문란해질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다.

경정비 시설까지 두고 있는 딜러들은 고객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딜러수가 늘다보니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딜러의 판매 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4분기 전체 판매의 2.5%에 불과했던 딜러
판매 비중이 4.4분기에는 17.4%까지 높아졌다.

올해 2백개 가량 딜러가 추가되고 딜러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그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게 분명하다.

기아는 25%의 딜러 비중을 올해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영영업소는 당연히 줄어든다.

현대의 직영영업소는 지난해 7백3개에서 6백11개로 줄었다.

기아도 4백66개가 3백60개로 줄었다.

대형 영업소가 차 판매를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개미군단"인 딜러가 자동차 판매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윤성민 기자 smyoon@ >

[ 직영영업소와 딜러 차이 ]

<> 판매방식

- 직영영업소 : 방문판매중심
- 딜러 : 점포판매중심

<> 소유권 및 경영

- 직영영업소 : 제조회사
- 딜러 : 완전 독립

<> 점포형태

- 직영영업소 : 대형점포
- 딜러 : 소형점포

<> 애프터서비스

- 직영영업소 : 직영+협력사
- 딜러 : 직영+협력사+딜러소유AS

<> 파이낸싱

- 직영영업소 : 자체할부+은행할부
- 딜러 : 할부금융사 활용

<> 영업형태

- 직영영업소 : 신차
- 딜러 : 신차+중고차

<> 고객관리

- 직영영업소 : 영업사원중심
- 딜러 : 딜러중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