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은 13일 열린 3당 수석부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측이 요구해
온 "국회 529호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문을 받아들였다.

한나라당도 전날까지 안기부장의 파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했다.

여야 3당 수석부총무들은 이날 또 긴급현안질문 실시 합의외에 대화정국의
복원을 위해 서로 적극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치국면에 뭔가 변화조짐이 있음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유화적인 제스처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민련은 여당단독 경제청문회 개최와 김영삼 전대통령의 직접증언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도 이날 "야당이 청문회에 나와서 함께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안기부 정치사찰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구하며 소환에 불응
해오던 사무처 당직자들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자진 출두시켰다.

아울러 "전라북도가 새만금방조제 축조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건의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했다.

여야관계의 대화채널이 복원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2일 저녁 국민회의 정균환, 한나라당 신경식 사무총장이 만나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설이 정가에 유력히 부상되고 있다.

이들의 만남이 여야간 대화 모색의 단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가 곧바로 경색정국 해소로 이어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여당은 경제청문회와 관련, 한보그룹의 92년 대선자금 6백억원 제공설,
PCS(개인휴대통신) 인.허가 비리 등을 캐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청문회도 한나라당이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 개최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오는 21일부터는 "국회 529호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흘간 각 지구당별로 국정홍보회를 열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15일 수원에서 대규모 옥내 규탄집회를 갖는데 대한 맞대응이다.

한나라당 이규택 수석부총무도 "이종찬 안기부장 파면, 한나라당 의원 소환
조사를 요구할 긴급현안질문에 대한 총리의 답변내용에 따라 향후 정국이
대화로 갈지, 장외투쟁 국면으로 갈 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와함께 정치개혁시민연대 등 7개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국회 529호 사건"에 대해 공동진상조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대화는 시작하지만 여전히 대여 강경투쟁의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