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 한빛은행장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지난 4일 취임한 이후 업무파악과 각계인사 면담 등으로 연일 강행군이다.

그러나 그는 "(한빛은행장이 된게) 은행원으로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책임을 맡게 된 것"이라는 심정으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미국 무디스사가 한빛은행의 재무 건전도를 낮게 평가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바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본사 송재조 금융팀장이 김 행장을 만나 궁금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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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은행원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고객만족은 말로만 하는게 아니다.

고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개인 대출을 빨리 확대해야 하는데 신용평가(스코어링)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서 늦춰서는 안된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혁신해야 한다.

고객이 만족해야만 은행의 이익도 실현될 수 있으며 주주 만족도 꾀할 수
있다"

-기왕에도 은행들은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지 않았나.

"창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고객이 편리하도록 업무 절차를 바꿔야 한다.

기업여신도 마찬가지다.

돈이 왜 필요한지, 현금흐름이 좋은지를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다.

담보를 잡는 것은 은행이 취급해야할 마지막 대출로 생각해야 한다"

-1,2금융권을 두루 거쳤는데 현재의 금융상황을 어떻게 보나.

"은행이 잘못된 것은 근본적으로 인사정책이 잘못된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인사도 시장경제 원리를 따라야 한다.

입행 동기가 같이 승진하는 것은 문제다.

기회 균등을 깨야 한다.

능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업무자세와 은행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도
중요하다.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경쟁을 하지 말자는 풍토가 있는데 인사는 인사권자
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은행장과 창구 직원도 수직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최근 한빛은행 인사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을 안분하지 않았는가.

"합병 초기라서 융화를 중요시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이상 나눠먹기식 인사는 없다.

파벌을 조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직에서 제거하겠다.

대신 새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오겠다.

파벌 싸움은 공멸을 자초하게 된다"

-한빛은행 주식이 상장된 이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주가 전망은.

"올해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는게 목표다.

약간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 말부터는 은행 경영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다.

2001년에는 경영지표가 국제 수준이 될 것이다.

주가도 현재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무디스가 한빛은행의 재무건전도를 최하인 E등급으로 매겼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평가를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

한빛은행은 정부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출자했기 때문에 깨끗한 은행
(클린 뱅크)이 됐다.

워크아웃 대출을 모두 부실로 보는 모양인데...

분명한 근거를 갖고 정당한 항의를 해 등급을 최대한 올리겠다"

-제일은행 매각을 계기로 해 외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할 것
같은데 국내 은행들에는 심각한 도전이 아닌가.

"외국 은행이 들어오더라도 우리처럼 영업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산업 서비스의 질이 전체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다.

외국은행 진출을 겁내지 않는다.

당당히 맞서겠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차피 외국은행과 경쟁해야 한다.

한빛은행이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도 경영 투명성을 높여 국제적
으로 인정받자는게 취지다.

그래야만 국제금융 확대에도 유리하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빛은행이 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은행원 생활이후 금리가 이처럼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여신 금리가 못 내려가는 것은 고금리 예금이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금리를 적절히 내리겠다.

점포망(7백91개)이 많아 조달 비용을 낮추기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한빛은행과 거래중인 기업들이 거래 관행에 변화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64대 계열의 절반 가량이 한빛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고 있다.

여신한도를 급격히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합병으로 자기자본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량한 곳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잘되는 기업을 밀어 준다는게 우리의 원칙이다.

그러나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에선 과감히 손을
뗄 계획이다.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본래의 역할에도
충실할 방침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은행 경영내용이 국제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국제금융 인력을 많이 확보할 생각이다.

외국인 전문가도 채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국제뱅커 모임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4월에는 은행장들의 사교 모임이랄 수 있는 "아시아퍼시픽 뱅커스클럽"(홍콩
개최)에 나간다.

한빛은행을 국제금융시장에 알리는 계기로 적극 활용하겠다"

< 정리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