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이나 이대앞에 가면 그곳의 젊은 여성들이 서로 비슷한
화장과 옷차림을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샤넬 립스틱에 검은색 수트, 어깨에는 프라다 나일론 백, 손에 든 지갑은
루이비통, 신발은 구치.

고급 패션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전형적인 옷차림이지만 알고보면 이들의
상당수가 진품이 아닌 가짜로 멋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은 그 진품여부를 가려내기 힘들 정도로 진짜와 가짜의
식별이 어렵다.

루이비통은 시중에 카피 상품이 가장 많이 나돌고 있는 브랜드중 하나다.

소비자들에게는 PVC코팅을 한 캔버스 소재에 4장의 금색 꽃잎과 LV로고로
인식돼 있다.

루이비통 코리아측은 "그래도 옛날 가짜상품은 꽃잎을 3개만 그려넣거나
LV를 LX로 표기하는 등 가짜임을 어느정도 드러냈지만 지금은 점점 지능화돼
식별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심지어 서울 이태원에는 가죽위에 루이비통 로고만 전문으로 찍어내는
팀이 있을 정도로 조직화돼 있다는게 이 회사측의 실토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역시 진짜와 가짜 차이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로 지갑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가죽으로 알고 있는 지갑소재는 캔버스에 코팅처리를 한
것이며 안과 밖을 이을때 풀로 접착하지 않는 등의 특징이 있다.

또 루이비통은 10개 이상의 세분화된 생산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지갑의
구성이 아주 섬세하다.

반면 가짜는 캔버스대신 질 나쁜 가죽을 쓰기 때문에 가죽특유의 냄새가
나고 지갑 안쪽을 힘주어 뜯어보면 접착풀로 이은 흔적이 보인다.

루이비통 코리아 관계자는 "진품은 오래쓸수록 캔버스에 윤기가 돌지만
가짜는 흠집이 잘나고 광택이 없어진다"고 식별요령을 일러준다.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프라다는 동대문과 이태원에 정식매장만큼
유명한 "가짜전문"매장이 있다.

이들 매장의 진열대에 놓인 상품에는 프라다(PRADA)와 유사한 파고다
(PAGODA) 등의 상표를 부착했다가 소비자가 구입을 결정한 후 프라다 상표로
바꿔준다.

프라다의 한국지사 IPI코리아 김원영씨는 "가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삼각형 엠브러리안의 프라다 로고는 진품에서는 오히려 사용하는 예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프라다 고객"은 굳이 상표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두개의 C자가 반대방향으로 교차되는 로고의 샤넬은 가방안쪽에 고유의
품번과 이름이 적힌 아이디카드를 넣었는데 이제는 그 방법마저 그대로
따라한다며 상표단속에 골치를 앓고 있다.

명품 브랜드업체들은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제품마다 다른 위치에
공장번호를 넣거나 암호를 쓰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샤넬 코리아의 허산주 실장은 "가짜상품은 공들여 쌓은 유명브랜드의
자산과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빼앗는 도둑질 행위"라며 "법적대처 못지않게
소비자 스스로의 단속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