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이미 바닥을 지났다. 이젠 적극적인 금리인하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증권시장 등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경계해야
한다"(한국은행)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고 속단할수 없다. 금리를 더 내리는 방법 등을 통해
내수를 더 진작해야 한다"(재정경제부)

한은이 지난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3.2%로 높인 뒤 "거품 경계론"을 제기했다.

한은은 지금은 정부가 경기부양에 정책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구조조정 지속,
수출증대, 외환시장 안정 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재경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11일 "한은의 경기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그런
전망을 토대로 정부의 금리인하 방침에 제동을 거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 한은의 시각 =한은은 이미 국내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소비가 부쩍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최근 금년 경제전망 수치를 크게 올렸다.

작년 10월 전망땐 99년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을 1%로 내다봤지만 이번엔
3.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연간 2%성장 전망)뿐 아니라 어떤 전망기관 수치보다도 높은
것이다.

한은은 특히 민간소비가 완연히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나 감소한 민간소비가 금년엔 1.6% 증가해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작년중 44.1% 감소했던 설비투자도 하반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서 연간으론
3.2% 감소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금년 경제전망을 이처럼 다소 낙관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9월이후
산업활동 지표들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근거한다.

생산감소세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도.소매판매나 설비투자 감소세도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600선을 넘은 주가는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따라서 한은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반대한다.

특히 금리인하에 대해 그렇다.

"최근의 이런 저런 경기동향을 감안하면 금리를 더 낮추기 어렵다"(박재준
한은 부총재보)는 입장이다.

오히려 섣불리 금리를 내리고 통화공급을 늘렸다가는 거품만 일으킬 가능성
이 높다는게 한은의 시각이다.

<> 재경부 견해 =재경부는 아직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좀더 내수를 진작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금리도 더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볼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아직 각종 지표가 경기회복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이후 산업생산이 다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직 미미하다.

또 건설이나 설비투자 등은 여전히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도 여전히 풀리지 않아 지난해 정부가 계획했던 소비자금융
7조5천억원중 작년말까지 실제 집행된 것은 절반에도 못미친 3조원에
머물렀다.

최근 주가가 오른 것도 시중의 돈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지 기업 경영실적
이 나아진 탓은 아니라고 재경부는 지적했다.

또 600선을 넘은 주가는 외국인들이 돈을 빼내기 시작하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재경부는 보고 있다.

둘째 앞으로도 기대할 만한 호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현재 1백50만명 수준인 실업자는 상반기중 2백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임금인상도 예상하기 어렵다.

실업자가 늘고 임금인상이 힘들다면 소비심리는 풀릴 가망이 없다고 봐야
옳다.

내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출마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오석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선진국이나 개도국에 대한 수출전망은
금년에 모두 불투명하다"며 "올해는 기업들의 수출단가는 다소 올라가더라도
물량으로는 수출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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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논쟁 쟁점 ]

<> 최근 경기 진단

- 한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
.경기회복 속도도 빠르다

- 재경부 :.경기저점 통과여부 불확실
.여전히 침체상황 지속

<> 금년 경제 전망

- 한은 :.올 1.4분기 2.3% 성장으로 돌아선뒤 연간 3.2% 성장
.경상수지 210억달러 흑자
.소비자 물가 3.1% 상승

- 재경부 :.2.4분기 이후 플러스 성장 반전뒤 연간 2.0% 성장
.경상수지 200억달러 흑자
.소비자 물가 3.0% 상승

<> 경기 처방

- 한은 :.경기부양에 초점 맞추면 거품 발생 우려
.금리인하 통화확대에 신중해야

- 재경부 :.추가금리인하 등 경기부양 지속해야
.내수진작 통해 실물경제 살려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