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화성 표면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은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탐사선 패스파인더였다.

그러나 3차원 영상기술이 없었다면 입체적인 모습은 보여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항공.우주 군사 영화등 일부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3차원 영상 기술이
TV등 가정에까지 널리 활용될 날도 멀지 않았다.

초기단계라 가격이 비싼데다 영상의 질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직 못되지만
이를 극복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보통신 분야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분야로 입체영상이 꼽혔다.

성장률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무려 2만7천%.

오케스트라 단원을 배경으로 한 노래방, 가상 박물관, 가상 건축 등은
21세기에 3차원 영상 기술이 만들어 낼 모습의 일부일 뿐이다.

디지타워의 서승훈(46) 사장은 TV용 입체영상 시스템으로 3차원 영상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일본에 최근 3천세트를 수출한데 이어 이달말 2천세트를 추가로 내보내기로
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소형 콘트롤박스만 설치하면 안경을 쓴채 입체화면을 즐길 수 있다.

서 사장은 입체 촬영장치도 개발중이다.

오는 2월께 시제품을 내놓고 중국 심천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 촬영장치는 캠코더에 부착하면 일반인도 입체영상을 만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2개사 정도가 이같은 장치를 내놓기 시작한 단계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캠코더와의 호환성 문제로 보급이 더딘 상태다.

서 사장은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전세계 캠코더의 80% 이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입체영상 사업의 성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절히 융합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반이 잘 갖춰진 일본 시장에서 상용화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 사장은 "일본의 콘테츠 업체와 올 상반기에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며 "정보고속도로 시대에 대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PC용 입체영상 시스템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권용무(42) 박사는 무안경 입체TV로 새 세기를
연다.

화상회의 기술을 개발하다 실감나는 영상을 표현하고 싶어 3차원 영상
연구에 뛰어든지 2년만인 지난 96년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화면에 화소별로 렌즈를 씌워 양눈에 비치는 영상을 달리함으로써 안경
없이도 입체감 있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것.

최근에는 시청자가 여러 각도에서 보더라도 입체감이 지속되는 멀티뷰
개념의 합성기술을 개발했다.

카메라 5대로 찍은 영상을 합성, 무한대로 카메라를 설치해서 얻은 영상과
같은 효과를 낸다.

얼굴의 움직임을 추적, 시선에 맞는 영상을 합성해서 보여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는 요즘 10.4인치에 불과한 입체화면의 크기를 키우는 등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한 상용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 박사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한국의 입체TV를 보면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응원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권 박사는 "일본의 문헌을 많이 뒤적거렸지만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한
덕에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승우(44) 교수는 최근 세계 처음으로 새로운
광학원리를 적용한 3차원 카메라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종전의 3차원 카메라는 대부분 레이저를 이용한 광삼각법을 채용했다.

패스파인더가 탐사한 화성의 표면모습과 영화 터미네이터 II에 등장하는
금속인간의 모습은 이 기술이 적용됐다.

촬영 대상물에 층을 쌓듯이 레이저를 쏘아 입체영상을 구현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모아레"라는 광학원리를 사용했다.

백색광을 대상에 비췄을때 가까운 곳은 밝고 먼곳은 어둡게 나타남으로써
간섭무늬가 생기는데 이를 측정,입체영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얼굴을 1.5초내에 측정한 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 다양한 효과를
부가한 3차원 얼굴 형상을 보여준다.

종전의 3차원 카메라에 비해 찰영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
특징.

크기도 사진관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용 카메라 수준이다.

김 교수가 3차원 카메라 연구를 본격화한 때는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지난
93년.

관람객의 얼굴을 인식, 즉석에서 조각해주는 꿈돌이 로봇의 3차원 인식
기술을 개발했던 그는 보다 간편하고 실용적인 3차원 카메라의 필요성을
느껴 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텍엔지니어링과 2월말께 1천만원대의 3차원 카메라를 내놓기로
했다"며 "2001년까지는 의료진단을 위한 체형 측정기술도 확보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선진기술을 답습하는 수동적인 연구개발에서 탈피해 우리가 개발한 원천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쌓아 나갈 때입니다"

김 교수는 3차원 카메라가 국가 기술 발전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