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진 < 아주대 경영학 교수 >

GM과 포드는 현재 딜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그 내용이야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것을 실행한다는 사실 자체는
무엇인가 느끼게 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가 시장을 분할했던 과거, 딜러는 한 메이커의 제품
만을 전속적으로 취급하는 판매사원에 불과했다.

해마다 신모델이 나와 메이커가 나팔을 불면 찾아오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밀기만 하면 됐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 비싸게 팔아 마진을 남기고 때로 마진없이 많이 밀어 우리 식으로
말하면 판매장려금을 거두었다.

따라서 딜러는 메이커의 말을 잘 들었고 딜러를 관리하는데 메이커가 골치를
썩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 상황에서 메이커는 쉽게 딜러망을 확장했다.

80년대에 들어와 빅3는 더이상 시장을 안정적으로 분할할 수 없게 됐고
이에따라 딜러제도의 위기도 시작됐다.

소비자가 수입차로 몰리면서 생존위기에 빠진 딜러는 결국 수입차를 취급
하게 됐다.

물론 딜러망의 붕괴를 우려한 메이커는 이를 용인했다.

더욱이 그동안 딜러들을 너무 늘려왔던 것도 문제를 가중시켰다.

지금도 GM의 딜러 수는 2만2천6백여개에 달한다.

같은 딜러들간에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다.

메이커는 더이상 딜러에게 행복을 보장하지 못했지만 치열한 경쟁에 부딪힌
메이커는 딜러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다.

가령 고객만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에 딜러는 쉴새없이 시달리게 됐다.

따라서 딜러는 메이커와 한배 타기를 꺼리게 됐고 메이커는 새는 수도관에
물 보내듯 딜러제도 운영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코자 GM과 포드는 세가지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하고
있다.

첫째는 대형화다.

가령 포드는 현재 5개의 도시에서 기존 딜러들을 통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시마다 대략 14개 정도의 딜러매장들을 3~4개 정도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대형화를 통해 노리는 점은 매장의 서비스생산성 향상이다.

둘째는 지분참여다.

출자를 해 딜러의 위험을 분담하고 대신 딜러에 대한 통제를 높인다는
생각이다.

셋째는 고객밀착이다.

과거 많은 딜러들이 큰 매장없이 도심 상권지역에 밀집했다.

그러나 쇼핑, 비즈니스의 중심이 도시외곽으로 옮겨감에 따라 큰 매장을
도시외곽에 개설하겠다는 생각이다.

GM과 포드가 겪어온 딜러제도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흔한 것이다.

우리 업계에서 내놓는 문제해결책도 상당부분 GM이나 포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은 있다고 본다.

그들은 행동으로 옮기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딜러들을 통합하고 정리하려면 소위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피를 묻히지 말고 그럭저럭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느 쪽이 현명한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딜레마일 것이다.

< yhyun@madang.ajo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