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출발을 다짐했던 백화점업계가 맏형격인 롯데와 신세계의 초대형
판촉공세에 휘말려 몸살을 앓고 있다.

8일부터 세일을 시작한 두 백화점이 사은행사를 곁들이지 않기로 한 신사
협정을 깨고 기습적으로 각종 경품들을 무더기로 내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업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으며 "이제 상도의는
사라졌다" "아무리 대형업체라지만 횡포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백화점들은 롯데 신세계의 기습으로 시작된 사은행사의 실시여부를 놓고
세일초반부터 혼란에 빠졌다.

아무런 준비없는 상태에서 당한 일격이라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그랜드 등은 부랴부랴 서둘러 뒤늦게 사은행사 대열에 합류했지만
미도파 뉴코아 등 나머지 업체들은 아예 포기한채 롯데와 신세계를 원망만
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행사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이미 상품을 구매
한 고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행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협력업체의 협찬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출혈경쟁에 뛰어들
여력도 없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백화점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판촉실무자 모임을 갖고 세일기간중 사은행사
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방지한다는데 모두 동의한 것.

이에따라 롯데와 신세계를 제외한 나머지 백화점들은 약속만을 믿고 이번
세일기간중 사은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롯데는 "다른 백화점들이 약속을 어기고 사은
행사를 할 경우 무차별 공세를 취할 것"이라며 강하게 약속이행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나머지 백화점들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자신은 몰래 사은
행사를 준비한 비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지어는 세일 전날까지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거짓정보를
흘린뒤 밤새 신문광고를 바꿔 치우는 치밀한 작전까지 동원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