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원화 값 잡기"에 나선 재정경제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재경부는 그동안 환율 금리 주가 등 3대 거시변수를 조화시키는 소위
정책조합(policy mix)을 강조해 왔으나 실제론 이 조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원화가치가 안정된다.

그러나 지금은 내수침체로 시중의 자금수요가 워낙 적어 금리가 떨어져
돈이 풀리면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일쑤다.

그러면 주가가 오르고 이는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달러 유입을 촉진시킨다.

최근엔 이것이 원화가치를 상승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조합은 커녕 원화가치 상승->금리인하->주가상승->달러유입->원화상승
등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화가치를 잡으려면 비현실적인 정책조합에
매달릴게 아니라 시장에서 달러를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 정책조합이 안된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1백50원대로 연일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개입에 소극적이다.

"급격한 환율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의 "구두 개입(verbal
intervention)"마저 자제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간접적인 달러수급 조절을 통해 환율이 시장
에서 자율적으로 안정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달러수급조절 정도론 역부족이라는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공기업 해외차입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달러수급 규모 자체가 적은데다
시장에서 거시변수간 조합 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특히 정부가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내수침체로 자금수요가 적어 원화절하
효과보다는 오히려 주가상승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최근 원화급등의 주요인인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을 부채질해
오히려 원화가치를 더 끌어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환율-금리-주가 사이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는
얘기다.

<> 개입하는 수 밖에 없다 =외환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정부가
달러를 직접 사들여 원화가치 급등을 진정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은 "최근의 원화 값 상승은 주식시장에
단기성 외국자금이 몰려든 것이 가장 큰 탓"이라며 "언제 나갈지 모르는
이들 단기외화 만큼은 정부가 시장에서 사들여 가용 외환보유액으로 충분히
쌓아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특히 "일본 엔화가치도 요즘 크게 오른 것과 비교해 원화절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으나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엔화급등은
유로출범에 따른 달러불안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뿐"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