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무대에 "경제 블록"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때다.

1929년 10월2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으로서 발단된 불황으로 전세계의
소비는 크게 위축됐다.

각국의 생산은 급속히 감소하고 실업도 급증했다.

내수기반이 붕괴되자 미국이나 유럽은 수입품 규제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 첫 조치로 미국에서는 스무트와 홀리 의원이 주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 관세율을 대폭 인상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도 경쟁적으로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이것이 경제블록화라는 용어의 탄생배경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기업들은 경제블록화에 따라 일시적으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각국의 경쟁적인 관세인상은 세계무역을 위축시켜 결국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세계 75개 주요국가의 총수입규모는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인 1929년
1월 29억9천8백만달러에서 대공황이 절정에 달한 1933년 3월에는
9억9천2백만달러로 축소됐다.

때문에 경제학자중에는 미국에서 발생한 불황이 세계적 대공황으로 발전한
원인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경제블록화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비해 90년대에 나타난 경제블록화는 대공황기의 블록화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대공황 때의 블록화가 개별 국가차원의 현상이었던데 비해 90년대의
블록화는 지역협정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또 대공황기의 블록화와 달리 90년대의 블록화는 역외국가에 대한 차별적
성격이 약하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