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화가 모든 것을 말한다''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겠지만 분명 진실이다.

신호음이 몇번 울리고 나서 받는지, 첫 목소리가 어떤 음색을 띠고 있는지,
원하는 통화자가 없을 경우에 어떻게 응대하는지 등에서 그 집단의 성격과
수준이 한눈에 드러난다.

가정에서 전화를 받는 경우라면 별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일 경우에는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기 김포에서 환경처리장비를 생산하는 청우엔지니어링의 박명선 사장(51)
은 최근 전화 한 통화로 인해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기억이 있다.

모 백화점에 6억원 상당의 장비를 납품하기 위해 몇개 업체가 한창 수주전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한 직원이 담당 바이어의 전화를 곱지 않게 받았다.

바이어는 화가 나서 비서실로 전화를 해 사장을 찾았으나 공교롭게도 박사장
은 출타중이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여직원은 바이어가 몹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최선을 다해 응대를 했다.

"저희 회사가 잘못한 게 있다면 깊이 사과 드리겠습니다. 사장님께 말씀
드려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청우엔지니어링은 백화점 납품권을 따낼 수 있었다.

박사장은 나중에 바이어로부터 "거래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여직원의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어찌나 절절했던지 큰 감명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사장이 그 여직원을 포상했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그해 연말 연봉 산정도 후하게 받았다(청우엔지니어링은 3년전부터
연봉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전화는 모르는 사람간의 "최초 접촉"이라는 점에서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처럼 중요한 전화 예절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가볍게 여기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심지어는 송화자 자신의 필요에 의해 전화를 하면서도 첫 통화에서부터 무
례를 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는 00회사 비서실인데요, 아무개 선생님 계십니까"

여비서로부터 걸려온 듯한 전화를 받으면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당사자가
나타난다.

"눈깜짝할 사이"에 전화가 돌려진 경우는 거의 없다.

비서를 시켜 전화를 걸도록 한 것은 바쁘기 때문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상대방의 시간은 존중해주지 않는가.

설사 전화를 건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높은 직위라해도 이같은 행동은
예법에 어긋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종업원들에게 전화예절의 중요성을 훈련시키고 있으나
많은 경우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전화예절을 소홀히 한다고 봐서 크게 틀리지
않는다.

지난 97년 독일 여성기업인협회는 "전화예절 세미나"라는 신종 사업 경영자
베르크만(30)을 차세대 여성기업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전화로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종사자들에게 올바르면서도 효과 있는 통화방법
을 가르쳐주는 사업이다.

불과 이틀 배우는데 3백80만원의 수강료를 내야하지만 신규손님은 무려 6개
월을 기다려야할 정도로 대호황중이다.

전화예절이 중요해지는 것은 텔레마케팅의 확산 때문이다.

독일에서만 이 분야시장이 약 2조원(97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 전화통화는 그 자체가 비즈니스로 되고 있다.

전화예절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김화주 기자heew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