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특히 영어는 필수과목이다.

그러나 바쁜 업무중에 꾸준히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큰 맘 먹고 공부를 시작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경험이 누구나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호텔맨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런 경험을 수없이 했다.

지난 93년 봄 조선호텔에 입사하면서 영어공부를 다시 했다.

이때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라디오 프로그램인 굿모닝팝스(Good Morning
Pops)였다.

공부할 시간을 따로 낸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겐 굿모닝팝스가
안성마춤이다.

이에 회사내에서 마음이 맞는 몇몇 직원들과 함께 "조선호텔GMP"라는 영어
회화 동아리를 만들어 지난 93년 가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영어의 중요성을 누구나 느끼던 터라 회원은 순식간에 40여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모임은 매일 그날의 방송을 녹음해 뒀다가 함께 듣는 방식으로 진행
된다.

그리고 매달 방송의 주내용이 되었던 영화를 함께 감상하기도 한다.

96년 8월에 우리는 그동안 쌓인 영어실력도 확인해 보고, 세계 유수의
호텔을 견학할 겸 역사가 살아 숨쉬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11박12일 동안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등 3개국을 여행했다.

이 때 철저한 사전준비와 그동안 쌓은 영어실력 덕을 톡톡히 봤다.

10여명의 회원들은 여행을 떠나오기전 개인별로 여행루트에 따른 지역을
할당받아 업무 틈틈이 그 나라와 주요관광지에 대해 공부를 했다.

해당지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면서 가이드가 되어 팀을 이끌었다.

프랑스에서는 나인스게이트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이 머무는 기숙사에서
3일간 신세를 지기도 했다.

야간열차에서 밤을 지내기도 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서로의 젊음과 패기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한 뿌듯한
시간이었다.

요즘은 바쁜 회사생활 때문에 자주 모임을 갖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호텔GMP회원들은 언제나 보다 넓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새해엔 미국으로의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준비해 유창한 영어실력을 영어의 본고장에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 홍재경 웨스틴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 수석웨이터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