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그 어느해보다 더 긴밀한 협의속에 함께 움직였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서 양국 대통령은 두번의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정.재계관계자들간의 접촉도 빈번히 이뤄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안보 공조의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됐다.

경제부문에도 시장개방과 한.미투자협정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은 99년 새해를 맞아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대사와 박수길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전 유엔 대사)의 대담을 마련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97년말의 충격을 벗어나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관계 등 외교문제에 있어 서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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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길 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전 UN대사)=98년 말 국제사회의
최대 사건중 하나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입니다.

그것을 보고 북한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더군요.

북한 핵문제는 이라크의 핵과 생화학무기 미사일개발 시도에 비견할
만하니까요.

<>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 =이라크 공습은 단지 미국 혼자만의
행동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신뢰 유지를 위해 여러나라의 합의아래 이뤄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이라크는 다릅니다.

북한 문제는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게 기본 전제입니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4자회담등이 바로 이러한 방법의 일환이지요.

<> 박 석좌교수 =미국과 북한이 지하 핵시설 문제등 현안을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는데 원칙적 합의를 봤다고 들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상황 전개라고 봅니다.

<> 보스워스 대사 =아직 북한과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지만 최근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제네바에서 다음 4자회담이 열리는 시기에 논의를 계속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합니다.

특히 지하시설 문제는 현장을 사찰하기로 합의하면서 해결에 근접할
것으로 봅니다.

사찰 결과 핵 시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상황을
모니터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박 석좌교수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이 시설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일괄타결안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견해차가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 보스워스 대사 =일반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 한.미 두나라는 이보다 더 좋은 때가 없었을 정도로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1월 한국 방문때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확고히 천명했습니다.

또 양국 정상은 북한 핵시설의 성격 규명에 대한 의견일치를 밝혔고 북한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개별 사안은 따로 따로 다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먼 장래에 일괄타결안으로 조합될 수 있는 것이지요.

김대통령의 일괄타결안 주장도 제가 직접 듣기로는 단기적이고
즉각적이라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온 것입니다.

<> 박 석좌교수 =개인적으로는 긴밀한 한미 동반자 관계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 북한 외교에서는 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합니다.

이견이 생긴다면 북한이 그것을 이용하려 들겠지요.

<> 보스워스 대사 =북한은 오랫동안 한국과 미국을 이간하려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앞으로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 박 석좌교수 =한국사회의 보수층에서는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이 결국
짝사랑으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장기적 안목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문제로 화제를 옮겨보죠.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이제 바닥에 근접했고 올 2.4분기쯤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거라고 예측합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치솟던 실업률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환율 금리등 거시적인 지표 역시 호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혁작업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 보스워스 대사 =저는 97년말 한국이 격심한 위기속에 있을 때
부임했습니다.

달러당 원화환율이 2천원 가까이 치솟고 외환보유고는 거의 바닥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환율이 1천2백원대에서 안정을 보이고 외환보유고는
약 4백70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모두 한국정부가 IMF 구조조정과 개혁 프로그램을 조기에 적극 추진한
결과입니다.

이로 인해 IMF IBRD등 국제금융기구는 물론 무디스등 신용평가기관으로
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지요.

한국경제가 언제 성장세로 돌아설지는 알 수 없지만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므로 전망은 밝습니다.

<> 박 석좌교수 =지난 한해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면서 외환보유고가
상당히 늘고 채무상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환 위기의 급한 불은 껐고 체감경기도 많이 좋아졌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 보스워스 대사 =일단 미래는 긍정적으로 볼 만합니다.

한국경제가 성장을 회복하려면 기업이 부채를 줄이고 재무구조를 건실히
해 투자를 재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이 부채를 해소하면 자금 순환을 촉진해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빅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합니다.

국제사회는 대기업의 업종 교환이나 계열사 교환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 부채와 과잉설비를 어느 정도로 줄일지가 관심사지요.

구조조정 성공의 열쇠는 바로 이것이라고 입니다.

한국정부는 가능한 한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압니다.

시장 중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의 선도기관이기 때문에 금융 구조조정에는
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박 석좌교수 =특히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룬 성과로 과감한
규제개혁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외국인의 투자조건이 많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추가로 규제가 완화 또는 철폐돼야 할 부문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 보스워스 대사 =서비스 부문을 들겠습니다.

미국등 외국의 경험을 참고한다면 서비스 부문의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과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을 여기서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통신 정보기술 유통등 부문을 개방하면 외국기업뿐 아니라 한국기업도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 박 석좌교수 =몇 년전 제가 제네바대사시절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을
비롯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때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동남아국가연합(ASEAN)을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들은 시장을
개방하면 개도국산업이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선진국중에서도 프랑스는 영화음반시장 개방에 반대했고 지금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등 다수가 여기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문화의
"침략"으로부터 우리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 보스워스 대사 =한국민들의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문화는 힘이 있습니다.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산업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도 의문입니다.

대개 모든 부문에서 보호는 산업을 약화시킵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가 점진적으로 폐지됐으면 합니다.

또 미국영화업계는 한국에 진출해 합작등 형태로 한국영화계와 제휴를
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겠지요.

<> 박 석좌교수 =미국경제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미국 무역적자가 늘고 있습니다.

올초 미국정부는 2천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예상했는데 최근 2천5백억~
3천억달러로 늘어났습니다.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는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내 보호주의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지요.

시장개방 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 보스워스 대사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아시아등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감소입니다.

98년 한국으로의 수출도 97년보다 40% 감소했습니다.

철강 반도체등 특정부문의 수입 증가는 심각합니다.

반덤핑조치를 내린 철강의 경우만 해도 미국이 이 부문에서 산업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입니다.

<> 박 석좌교수 =현재 미국의 반덤핑법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WTO로 넘겨진 뒤 미국이 이기느냐
지느냐로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 보스워스 대사 =WTO에서 판결을 내려야 할 문제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양국 문제를 당사국간에 해결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국제기구에 의존해야겠죠.

아시아 각국은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 지역의 경제침체로 인해 제동이 걸린
것이죠.

이제 내수를 일으키는데 힘써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기 시작했으므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박 석좌교수 =정부가 소비세를 내리는 등 일련의 내수진작 조치를
취했으므로 소비는 늘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몇몇 학자나 관리들은 한.미 양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같은
성격의 자유무역협정을 맺는게 좋겠다고 제안했지요.

한.미양국이 21세기에 보다 포괄적인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려면 현재의
안보협력관계와 유사한 차원의 경제협력관계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 보스워스 대사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 개방과 무역투자 자유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한국시장은 지난 1년간 무척 많이 개방됐습니다.

때가 되면 한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 석좌교수 =동아시아 안보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내 인사를 포함한 어떤 이들은 "키신저식 이이제이정책"
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대중정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북한문제와 관련, 미국이 중국 일본등 이 지역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보스워스 대사 =동아시아는 미국에 안보와 경제 양면으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이 지속적으로 상호관계를 유지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 일본의 관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긴밀합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요.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한쪽과의 관계가 다른 관계를 해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역외교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김 대통령은 대일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고 과거사의 앙금도
털었습니다.

미국도 한.일관계 개선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중.일관계나 한.중관계 또한 보다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 박 석좌교수 =그렇게 되겠지요.

김 대통령은 통일후 미군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김 대통령의 지역외교도 상당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실현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과는 고위급 군사협력 얘기가 나올
만큼 많은 진전이 있었지요.

미국에서도 한국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오해하지 않기 바랍니다.

<> 보스워스 대사 =중요한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북한에 대한 모든 전략적 접근의 기초는 탄탄한 한미 공조입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도 대북
포용정책의 기반이 긴밀한 한.미관계라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 박 석좌교수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미국이 어떤 경우에도 한국과의
관계를 손상하면서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또 미국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서로 오해하는 일도 없겠지요.

<> 보스워스 대사 =동의합니다.

미국은 한국과 매우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은 한반도의 위험을 낮추고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남북 양측이 마주 앉아 끌어낸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미국은 이것을 도울 것입니다.

또 한반도의 안정은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의 열쇠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 정리=김수찬 기자 ksch@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