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의 키워드는 "사이버(가상)"다.

이 속에서 생활공간은 한없이 넓어지고 거리개념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기 집에 앉아서도 인터넷을 통해 지구끝까지 달려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온 세계를 누비며 다닌다지만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다.

지금도 웬만한 사장들은 해외출장을 가더라도 본사 업무를 처리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다.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인터넷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즉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새 밀레니엄에선 이같은 상황이 일반화된다.

모든 업무가 "원격"으로 처리된다.

사장이 출장중이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자우편(E메일)은 물론 실시간 영상회의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된다.

그것도 일부 대기업 회의실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이동중이거나
집에서도 가능해진다.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원격교육으로 학점을 따고 졸업할 수 있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도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다.

여론수렴을 통한 보다 효율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아니라 "인터넷광장"을 통해서
이뤄지는 참여정치가 펼쳐진다.

각 가정마다 컴퓨터가 놓여있고 모두가 인터넷으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터넷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사이버크라시다.

주요법안을 마련할 때 지금은 딱딱한 공간에서 공청회를 열지만
새 천년에선 "전자공청회"가 이를 대신하게 된다.

공청회장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도 1백명이나 2백명 등으로 제한받지
않고 거의 무한대인 것은 물론이다.

선거도 인터넷으로 치러지고 사이버국회가 열린다.

전자정부가 들어서 사람들이 민원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뛰어다니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힘겹게 가구를 옮겨놓지 않더라도 버튼 몇개만 누르면 실내 인테리어가
저절로 조정되고 청소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주거문화가 펼쳐진다.

차량에도 자동운행시스템이 갖춰져 운전하는 사람은 목적지만 일러주면
된다.

앞뒤차와 신호등을 가려가면서 알아서 찾아가기 때문에 차속에서 신문도
보고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3차원의 세계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즐길수 있게 된다.

인터넷상에 세워진 사이버쇼핑센터도 이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선다.

백화점에 가서 직접 물건을 만져보고 사는 구매패턴이 사이버소핑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사이버공간에서 옷을 입어보고 소매가 짧은 경우 얼마만큼 늘려달라고
주문만 하면 그대로 고쳐져 배달된다.

생활공간도 넓어져 지구에만 머무를 필요가 없다.

이미 우주정거장에서 몇달씩 머무르는 단계에 와 있다.

이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오가는 것이 마치 셔틀버스가 오가듯이 간편해지는
세상을 맞게 된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