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경련 회장이 연초에 전망한 올 경상수지흑자 및 연말 환율전망이
실제로 쪽집게처럼 맞아 떨어져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김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월께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환 1천6백원대
에서 고공행진할 때 연말 환율이 1천2백원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실제 연말환율은 1천2백원대에서 계속 움직였다.

또 지난 2월 15일 쌍용차 직원연수 강연에서 재계가 총력 수출에 나서면
올 경상수지흑자 5백억달러를 달성,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전망이 타당한지 여부를 한경연에서 연구토록 했으며
정부 관계자에 여러 차례에 걸쳐 재계 의지를 전달했다.

김회장의 이런 전망에 대해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실현성이 희박한
터무니없는 전망이라고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아시아 경기가 급격히 위축돼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예상한
2백50억달러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마다 김회장은 투자감소로 수입은 크게 주는 반면 공장가동을 늘려
수출총력에 나서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수출금융지 등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경상수지흑자 4백억달러에 비춰 김 회장의 전망은 정부는 물론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표적에 가깝게 적중된 셈이다.

김회장이 연말 경제상황을 제대로 예상한 것은 경영일선에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얻은 직감과 상황을 낙관적으로 수용하는 천성에 따른 것으로
주변인물들은 보고 있다.

물론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경제인들은 만나 의견을 교환해온 점도
경제상황예측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내년 경제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이 약속대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선 축소지향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경제전망을 유보하면서도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상수지확대에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