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 신한경영연구소 고문. 방송인
www.hanwoo.com >

지난주 토요일 세 명의 모험가가 열기구를 타고 무착륙 세계일주에 나섰다
가 하와이 인근에서 좌절하고 말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의 갑부 리처드 브랜슨, 미국의 백만장자 스티브 호세트, 스웨덴의
엔지니어 패어 린스트란드 등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철저한 준비를 했지만 결국 그들의 모험은 날씨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항공역사의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기록을 깨려고 많은 세계인들이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엔 개인이나 팀이 열기구로 무착륙 세계일주를 20번이나 시도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브랜슨씨는 1998년에만 세번을 시도했고, 호세트씨도 올해 두 번이나
혼자서 세계일주를 시도하다가 이번에 브랜슨과 합류했었다.

호세트는 지난 8월에 자기가 타고 있던 열기구가 고장나 수천미터 높이에서
바다로 떨어져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리고 열기구의 설계사이며 조종사인 린스트란드도 브랜슨과 함께
여러 차례로 시도를 했던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의 경험들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 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준비과정에서도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

특히 많은 나라의 상공을 비행할 허가를 받는 것은 커다란 문제였다.

끈질긴 노력끝에 97개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냈다.

중국 당국도 처음으로 허가를 내주었다.

이란 이라크 러시아와 북한만이 비행 허가를 거절했다.

바람의 방향으로만 가는 열기구로 이런 나라들의 상공을 피하며 코스를
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내 12월18일 마라케슈에서 출발, 8일간의 계획대로 잘 비행했다.

이라크와 북한의 용공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태평양 상공에 저기압에 휘말려 미국으로 가는 강한 제트 기류를
놓쳐 끝내 비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실망했겠지만 기자회견을 하면서 참으로 인상적인 말을 했다.

브랜슨은 "날씨 때문에 실패했지만 후회는 없다. 지난 8일간 우리 인생에
있어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모험이었다"

그리고 영국에서 그들의 비행을 도와주었던 프로젝트 팀장인 마이크 켄드릭
씨는 "실패는 실패이지만, 영광스러운 실패다!"라고 했다.

우리 나라는 지금 경제의 "실패의 맛"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면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영광스러운 실패의 주인공이 되자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