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이 현정부가 추진중인 빅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환란 책임자의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강력히
성토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식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말이야 바른 말 아니냐"며
김 전대통령을 거들었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경제를 망친 전직
대통령이 살아나고 있는 경제를 다시 죽이려 한 것은 한심한 작태"라며 맹공
을 퍼부었다.

정 총장은 "이런 대통령이 5년간 어떻게 나라를 이끌었는지, 저런 대통령이
니까 경제파탄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고통이 심각한
이 순간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자민련측도 비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난을 초래한 장본인이며 재임시절
경제에 정치논리를 적용하고 나라를 곤경에 빠뜨린 분이 자신의 실정을
치유하기 위한 재벌 개혁에 대해 일고의 반성도 없이 지역감정적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반면 청와대측은 전.현정권간 싸움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한 듯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김 전대통령이 청문회를 의식해 부산.경남 지역정서를
자극해 뭔가 도모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하는 등 불퀘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고위관계자는 "진의를 알아봤더니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산발적
으로 나온 말이었다"라며 "현 단계에서 상도동계와 갈등을 빚어서는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우려한 듯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옳은 말을 한 것 아니냐"며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형근 기획위원장은 "전반적으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회창
총재의 핵심측근도 "김 전대통령이 발언은 옳은 지적"이라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경제청문회 증언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
한 지는 의문"이라며 "그러나 빅딜에 대한 시각은 타당한 것"이라고 평가했
다.

또 안택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80년 신군부 집권후 중화학공업투자 조정
등 과거 무리한 정부주도 빅딜의 실패를 교훈삼아야 한다"며 빅딜을 비판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28일 저녁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한나라당
김광일 전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특정지역의 재벌이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해서 경제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중대한 사태로 진전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현정부가 추진중인 빅딜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