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를 보냈다. 구조조정의 태풍과 국제금융
시장의 동요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는 가운데 기업도산이 속출하면서 올해
상장폐지된 상장사만 35개사나 되는 등 한치 앞을 모를 정도로 긴장과 불안
이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 10월이후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고객예탁금이 사상최대 규모인 5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모처럼
만에 활황을 맞았고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보다 45.9%나 오른 562.46으로 마감
했다.

올해초 385.49로 출발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로
3월초 574.35까지 올랐지만 외환위기가 한풀 꺾이자 매매차익과 환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이 유출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의 정정불안,
일본 엔화약세 및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가중 등 해외에서 악재가
이어지자 6월 중순에는 종합주가지수가 280까지 떨어져 한때 증시붕괴설까지
떠돌았다.

국내기업과 은행들의 퇴출발표에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인한
국제금융불안까지 겹쳐 주가는 한때 28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9월말이후
미국연준리의 거듭된 금리인하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된데다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5대그룹의 빅딜발표 및 기아자동차 낙찰외에 시중금리가 한자릿
수로 떨어지자 갈 곳을 찾지 못한 뭉칫돈이 증시로 몰려들어 연일 주가급등
및 주식 대량거래가 이어졌다.

그동안 증시가 얼어붙자 발행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길이 막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단적인 예로 올해들어 주식상장은 3월초의 제일기획과 11월초의
하이트론시스템즈 뿐이며 지난 12월 23일 직상장된 한국통신주식을 포함시켜
도 단 3건뿐이었다. 어쨌든 최근들어 증시의 자금조달기능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올해 증시는 외국자본이 좌우했다. 특히 지난 5월25일을 기해 외국인에
대한 투자한도가 철폐됐고 지난 11월말 현재 외국인 보유주식 비중이 전체
싯가총액의 19.33%에 달하는 등 철저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아래
놓였다.

증권시장의 거래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2월7일부터 하루
주가제한변동폭이 상하 12%에서 15%로 넓혀졌으며 주가급락을 막기 위한
안정장치로 서킷 브레이커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토요휴장제 도입과 함께
평일 거래시간도 1시간 연장됐으며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증권
거래규모가 11월말 현재 주식, 선물, 옵션을 합해 4조4천억원이 넘는다.

이밖에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으로 대표되는 국내 주식관련 파생상품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거래규모가 각각 세계 2위와 4위가 될
정도로 커졌다. 이같은 선물시장의 급성장으로 선물시장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주식투자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다. 또한 최근에는 뮤추얼펀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 증시전망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및 국내경기회복 기대감 등 호재
에 비해 부채비율 감축을 위한 엄청난 공급물량압박, 세계금융시장 불안잠재,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 등 악재가 엇갈려 불투명하다. 상반기에는
유동성을 전제로 한 금융장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
상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은 뇌동매매를
삼가고 안전위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