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를 휘감고 있는 불황한파가 조금 누그러드는 듯 하다.

여전히 살을 에듯 춥지만 죽을 고비는 넘겼다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산업단지 전체로는 공장가동률이 70%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해도 60% 지키기가 힘겨웠었다.

전반적으로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업종별로 또 산업단지별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자부품을 비롯해 수출에 민감한 업종과 포장재 등에는 봄볕이 비쳐들기
시작한지가 꽤 됐다.

반면 내구소비재나 시설재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IMF체제 직후 50%대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최근 70%를 넘어섰다"

골판지를 생산하는 태림포장(반월산업단지) 정동섭 회장의 얘기다.

정 회장은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내년 하반기쯤이면 회사 가동률이
IMF체제 이전 수준인 80%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판지 수요가 느는 것은 업체들의 제품 출하가 늘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수출호조로 산업단지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곳은 대구경북 지역
이다.

전자부품 생산업체가 밀집한 구미산업단지는 최근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

모니터와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주요 생산품목의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업체가 많은 대구 성서산업단지도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정상조업에 들어가면서 이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의 가동률
이 평균 75%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시설재를 포함한 내구재 생산업체의 가동률은 회복될 기미조차
없다.

이들 부문 업체들은 내년에는 오히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업용 펌프를 생산하는 서울의 Y사 M부장도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결정
하는 연말인데도 견적서를 보내 달라는 주문조차 거의 끊긴 것으로 봐선
내년 상반기에는 일감이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기협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내년 중소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미약할 것으로 전망돼 시설재 생산업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 가좌지구에 몰려있는 가구업체들은 "경기가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보르네오 동서가구 바로크가구 등 대형 가구업체들의 가동률은 60%를 조금
웃돌고 있다.

IMF체제에 들어서기전보다 10%포인트이상 떨어진채 그대로 있는 것이다.

업종 전체로는 경기가 회복되도 덩치가 작은 기업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납품처가 부침을 겪는 통에 납품할 곳을 잃어버린 업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충북 옥천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S사는 납품처였던 1차벤더(자동차 메이커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인 적고가 부도나는 바람에 50여대나 되는
선반들을 1년 가까이 놀리고 있다.

아시아자동차가 정상을 회복하지 못한 광주지역의 부품업체들도 공장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대부분 경기가 풀리는 시점을 내년 3.4분기로 보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도 내년 하반기에는 전국 국가산업단지의 공장
가동률이 75%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