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미국경제가 강한 까닭' .. 정경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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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분리의 결정판"
올 한해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묘사하는데 딱 어울리는 말이다.
거듭된 정치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승승장구를 지속한 한해였기
때문이다.
정치만 놓고 보면 올해는 미국에 최악의 해였다.
연초부터 거세게 불거져 나온 국정 최고 책임자의 섹스 스캔들이 탄핵으로
귀결되기까지 워싱턴 정가에는 바람잘 날이 없었다.
의회 다수당이자 야당인 공화당의 거듭된 리더십 위기로 혼란은 더욱 증폭
됐다.
게다가 미국을 둘러싼 세계경제 상황도 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이 모든 안팎의 질곡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최소 3.6%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1%대에 그쳤다.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인 4.5%선 안팎을 유지했다.
주가 상승률은 3년연속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고성장과 저물가 동시 실현"이라는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가
건재함을 과시한 한해였다.
"불안한 정치"에도 아랑곳 않은 "건강한 경제"는 지난주 그 절정을 보여
주었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하원의장 내정자의 전격 사퇴,
"실패작"으로 판명된 이라크 공습에 대한 국내외 비판 등 메가톤급 악재가
동시 출현했음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사상 최고치"기록 갱신이 쏟아졌다.
5백대 기업들의 주가 평균인 S&P 500 주가지수와 첨단 벤처 기업들의
주식시장인 나스닥(NASDAQ)지수가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와 따로 노는 미국경제를 놓고 그 저력이
무엇인지를 찾는 논의가 활발한 것은 당연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인들 특유의 "낙관주의(optimism)"에서 그 답을
찾았다.
서부개척 시대에 빛을 발했던 낙천적 기질이 여전히 미국인들의 핏속에
흐르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열린 교육과 각 분야 마다 "프로"를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도 낙관주의의
토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줘 어떤 난국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답도 있다.
백악관의 진짜 대통령은 만신창이지만 "경제 대통령"은 건재하기 때문
이라는 얘기가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농담 삼아 돌고 있다.
경제 대통령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을 가리킨다.
미국경제는 백악관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FRB의 의장이 금융.통화정책을
통해 중립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믿음이 미국인들 사이에 확고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그린스펀을 꼽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 이어 세번째에 불과했다.
중앙은행 의장은 그렇다고 치자.
대통령에 의해 그 자리에 앉은 재무장관이 임명권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 경제가 "사람"이 아닌 "제도"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확고한 증거다.
미국의 요즘 모습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 경제운영이 좌우되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소신 발언을 한 장관이 즉각 경질됐다는 서울발 뉴스가 더욱 곱씹혀지는
세밑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
올 한해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묘사하는데 딱 어울리는 말이다.
거듭된 정치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승승장구를 지속한 한해였기
때문이다.
정치만 놓고 보면 올해는 미국에 최악의 해였다.
연초부터 거세게 불거져 나온 국정 최고 책임자의 섹스 스캔들이 탄핵으로
귀결되기까지 워싱턴 정가에는 바람잘 날이 없었다.
의회 다수당이자 야당인 공화당의 거듭된 리더십 위기로 혼란은 더욱 증폭
됐다.
게다가 미국을 둘러싼 세계경제 상황도 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이 모든 안팎의 질곡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최소 3.6%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1%대에 그쳤다.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인 4.5%선 안팎을 유지했다.
주가 상승률은 3년연속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고성장과 저물가 동시 실현"이라는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가
건재함을 과시한 한해였다.
"불안한 정치"에도 아랑곳 않은 "건강한 경제"는 지난주 그 절정을 보여
주었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하원의장 내정자의 전격 사퇴,
"실패작"으로 판명된 이라크 공습에 대한 국내외 비판 등 메가톤급 악재가
동시 출현했음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사상 최고치"기록 갱신이 쏟아졌다.
5백대 기업들의 주가 평균인 S&P 500 주가지수와 첨단 벤처 기업들의
주식시장인 나스닥(NASDAQ)지수가 각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와 따로 노는 미국경제를 놓고 그 저력이
무엇인지를 찾는 논의가 활발한 것은 당연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인들 특유의 "낙관주의(optimism)"에서 그 답을
찾았다.
서부개척 시대에 빛을 발했던 낙천적 기질이 여전히 미국인들의 핏속에
흐르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열린 교육과 각 분야 마다 "프로"를 인정해 주는 사회 분위기도 낙관주의의
토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줘 어떤 난국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답도 있다.
백악관의 진짜 대통령은 만신창이지만 "경제 대통령"은 건재하기 때문
이라는 얘기가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 농담 삼아 돌고 있다.
경제 대통령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을 가리킨다.
미국경제는 백악관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FRB의 의장이 금융.통화정책을
통해 중립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믿음이 미국인들 사이에 확고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그린스펀을 꼽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 이어 세번째에 불과했다.
중앙은행 의장은 그렇다고 치자.
대통령에 의해 그 자리에 앉은 재무장관이 임명권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미국 경제가 "사람"이 아닌 "제도"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확고한 증거다.
미국의 요즘 모습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의해 경제운영이 좌우되는
한국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소신 발언을 한 장관이 즉각 경질됐다는 서울발 뉴스가 더욱 곱씹혀지는
세밑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