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제도 그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토지를 종전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도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결정
은 그린벨트는 물론 앞으로 토지정책에 결정적인 제약을 가하는등 그 파장이
엄청날 것 같다. 그린벨트 뿐만아니라 군사시설보호구역등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조항인 도시계획법 2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인
만큼 그 영향이 상수원보호구역 국립공원등에도 미칠 것은 당연하다. 보상
요구가 쏟아질 것은 너무도 분명하고 투기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학교용지 고도제한 등이 위헌시비의 대상이 되고 보상논란을 불러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종전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그린벨트내의
나대지 등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토지이용규제는 종전용도
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용적률이나
건폐율이 낮아져 큰 집을 지으려다 작은 집을 지을 수밖에 없게된 경우도
그린벨트내 나대지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상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법리를 따지기에 앞서 헌재결정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확대해석이
가능한 불분명한 감이 있고,그래서 현실적으로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욱
크다.

만약 헌재의 표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 보상을 해야한다면 그 엄청난
보상금액 때문에 토지에 대한 용도제한 그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보전임지 농업진흥지역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국.공립공원 등 그린벨트와 비슷한 수준의 토지이용규제지역만 평방m당
2천원으로 매입하더라도 그 비용이 3백조원에 이른다는 계산만봐도 그렇다.

헌재결정은 재산권수용및 사용제한에 대한 보상을 규정한 헌법23조3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법률에 의한 재산권 제한"및 "공공복리에
맞는 재산권행사"를 규정한 같은 조 1항및 2항을 사실상 선언문적 조항으로
전락시킨듯한 일면 또한 없지 않다.

이번 결정이 헌법소원을 연지 9년만에 내려진 것이란 점도 주목할만 하다.
사안이 워낙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그렇게 오랜동안 깔고 있다가 정부의
그린벨트 전면재검토방침이 나오자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헌재 스스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이번 헌재결정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그린벨트해제지역발표를 1월말로
늦추고 보상근거를 담은 "개발제한구역지정및 관리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는 등 관련법 재정비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 헌법에 맞지 않는
다는 결정이 내려진 이상 당연히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시주거 환경을 더이상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헌재결정이나 건교부의 그린벨트제도개편작업이 헌법(35조)이 규정한 환경권
을 형해화시키는 빌미나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