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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아듀 1998 .. 노향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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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머싯 모음의 "인간의 굴레"에서 본 우화다.

    왕은 너무 게을러서 책을 읽지 않는다.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는 신하의 말을 듣고
    궁중도서관에 들른다.

    독서를 할까 했는데 먼지를 뒤집어 쓴채 있는 책들을 읽을 엄두가 안났다.

    학자들을 시켜 한권 분량으로 줄여오도록 했다.

    왕은 그러나 게을러서 한권도 못 읽었다.

    그 한권 분량을 다시 알아듣기 쉬운 말로 줄여오도록 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라고 병들어 죽는다"

    학자들은 이렇게 줄였다.

    이 우화는 세상의 수많은 책이 실은 우리 인간문제나 삶의 지침을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편 사람의 궁극적인 일이란 바로 태어나 자라고 병들어 죽는 일이란 의미
    일 것이다.

    이 명제 앞에서 매일 걱정하고 근심하는 일이란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 없는
    일인가를 깨닫는다.

    또 막상 큰일은 제처두고 사람이 자기 눈앞의 보잘것 없는 일에 얽매여
    싸우고 시기하며 중상모략하고 법석들을 떤다.

    정치인들을 보면 바로 그런 생각이 앞선다.

    심야토론장에 나와 각당의 변호에만 급급하다.

    토론의 주제에 전문가일수는 없어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도록 이
    우화를 들려주고 싶다.

    일상사가 우리를 가볍게 하기도 하고 무겁게 하기도 한다.

    한해가 가는 마당에 까닭없이 여유가 도는 이 마음.

    아아, 책을 읽자.

    책을 읽은 그 여유가 미래 지향성과 일상성의 균형을 이루면서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아닐까.

    정치가의 고양된 표현 한 마디가 우리에게 전달될때 희망을 갖는 것이다.

    "인간의 굴레"의 왕처럼 한때 머리를 빌리면 된다고 한 지도자를 가졌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었다.

    지도자가 머리를 잘못쓰면 국민을 불행으로 빠뜨린 모습도 보았던 것이다.

    부단한 자기노력과 채찍질로 공부하는 모습의 지도자상을 갖고 싶은 것이다.

    이 세계는 최종상태란 없는 것이라고 한 누구의 말처럼 서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어 모순을 없애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못다 한 일이 많은데 저문 하늘 속으로 노을처럼 꺼지는 1998년이여, 그대
    아쉽게 가고만 있는가.

    새해에는 가슴 따뜻한 일만 우리에게 펼치시라 안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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