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법인을 설립하면 현대는 삼성전자(점유율
18.8%)에 이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로 급부상하게
된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이다.

현대의 마켓셰어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9%, LG반도체는 6.7%로 업계 3위,
6위에 각각 올라 있었으나 두 회사 합병으로 점유율은 15.7%로 뛰어올르게
된다.

3위의 미국 마이크론(14.1%.TI 합병분 포함)을 단숨에 제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생산설비를 기준으로 하면 64메가D램은 월 2천7백만개, 16메가D램은
월 4천8백만개로 삼성전자의 2천만개,1천5백만개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 최대 덩치를 갖추고 반도체 국제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게 된다.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갈수록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능력이 보강돼 생산공장당 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전자는 통합법인을 통해 앞으로 신제품 개발을 6~12개월 단축하고
설계의 고집적화(SHRINK)계획을 3~6개월 단축해 매출을 높이고 수익성도
제고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힘을 덜면서 남는 여력을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데 쏟는다는 계획이다.

현대는 LG반도체와 통합할 경우 향후 5년간 <>12인치 웨이퍼 가공라인
건설 투자비를 25억달러 절감할 수 있는 것을 비롯, <>연구개발 시설 및
비용은 20억달러 <>판매관리비 및 일반관리비 10억달러 <>덤핑관세, 로열티
및 특허료 7억달러를 각각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은 일부 업체의 사업철수 등과 맞물려 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변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업계는 96년 5월 이후 3년 가까이 지속된 메모리 가격의 폭락으로
심각한 수익구조 악화를 견디다 못해 메모리 생산라인 축소와 설비투자
유보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의 메모리
반도체부문을 8억달러에 인수했고, 일본 히타치는 미국 메모리 생산공장을
9월 폐쇄했다.

미쓰비시전기도 지난달 미국의 메모리칩 공장을 폐쇄했으며 NEC는 12인치
웨이퍼 가공라인 가동을 1년간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후지쓰는 98년도 설비투자를 40% 삭감했고 도시바는 이와테공장 건설계획
유보, 오이타공장의 2백56메가 D램 라인 가동 연기 등으로 메모리칩 비중을
70%에서 50%대로 축소키로 했다.

독일의 지멘스도 최근 9개월간 반도체 부문에서만 6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하자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생산을 축소하고 영국공장을 폐쇄했으며
미국공장과 대만 합작사에 대한 2단계 투자도 연기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