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미국의 질레트사가 (주)로케트코리아의 주식 1백%를
6천만달러에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독점이 우려되더라도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합병이 허용된 첫 사례다.

미국의 질레트사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국내 건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34.4%에서 58.9%로 높아지게 된다.

공정위는 "이번 합병으로 건전지 시장에서 독점폐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외자유치와 구조조정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허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신 질레트사가 향후 자신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악용, 건전지
판매 가격을 일정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에따라 질레트사는 오는 99년 1월1일부터 5년간 국내에서 판매하는
로케트 알카전지 가격을 자사가 미국내 소비자에게 파는 듀라셀 알카전지
가격의 55% 이내로 유지해야만 한다.

공정위는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및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 독점방지보다는 구조조정 =이번 방침은 한마디로 독점방지보다 구조조정
이나 외자유치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로케트코리아가 부실기업화돼 합병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 효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자원부에서 외자유치 효과가 있고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어 기업결합을 승인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해 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델피니엄사(최근 팝코로 변경)가 한솔제지와
신호제지의 신문용지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기업결합을 허용했다.

이 기업결합으로 팝코사의 국내 신문용지 시장점유율은 56%에 달해 독점이
우려됐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외자유치 효과를 고려해 신문용지의 수입관세가 없어지는
2003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0%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 문제점 =이번 결정에 대해 공정위가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독점 폐해 여부를 집중 검토해야할 공정위가 오히려 외자유치나 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정책의 무게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 인상폭을 제한했다고 하지만 내년부터 질레트사가 국내 건전지
판매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로케트 전지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미국내 듀라셀 전지 가격의 34%
수준이다.

공정위가 조건으로 내건 55% 범위안에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경우 건전지 가격이 최고 60% 가까이 오를 수도 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