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 무디스사가 지난 19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 신용관찰"(Review for Possible Upgrade)상태에 올려
놓았다고 발표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긍정적 신용관찰"
상태란 통상적으로 3개월이내에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갈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물론 실사는 곧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란 등식으로 단정하기는 곤란하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그같은 낙관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그동안 한국에 대해 가장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무디스사가
긍정적 평가를 전제로 이번 조치를 취함으로써 여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을 해볼수 있어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수 없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무디스사가 내년 1월 한국에
실사단을 파견하고 늦어도 3월말까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현재의 투자부적격
상태인 Ba1에서 Baa3이상의 투자적격상태로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신용도가 투자적격으로 바뀌게 되면 외국인투자와 해외차입이
종전보다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차입금리가 낮아져 외화지출
부담도 덜게 된다. 뿐만아니라 대외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국내 경제정책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경기진작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으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물론 무디스가 지적한대로 외환보유고 확충, 금융및
기업구조조정 노력등은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같은 일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뿐 경제안정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는 것을 한시도 망각해서는 안된다. 모든 부문에
경제불안요인이 잠재해 있고 자칫 잘못되면 언제든지 다시 국제신용도가
추락할 소지도 없지않다.

사실 무디스가 내년초 실사를 통해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적격단계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에 불과하고, IMF이전과는 4단계나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국제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될수록 신속히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이뤄질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더구나 내년 세계경제는 금년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내년중 적어도 2백억달러이상의 경상수지흑자를 실현해야 원활한
외환수급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수출확대라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들어 국민들사이에는 IMF체제, 즉 외환위기를 벌써 잊어버린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조정이 반가운
일기는 하지만 위기극복의 의지를 퇴색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