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주 전 국세청장이 19일 "세풍사건" 공판에서 지난해 대선자금 불법
모금과 관련,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격려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데 대해
한나라당이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총재는 "대선당시 임 전 청장에게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임 전 청장이 구속을 모면하기 위해 그런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며 오히려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측은 또 "이 총재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보고 향후 검찰
수사와 이회성씨 재판을 지켜보면서 임 전청장의 진술이 허구임을 적극적
으로 입증하겠다는 자세다.

안택수 대변인은 "최근 내각제 개헌문제가 부각되자 이를 덮기 위해 나온
정치적 음모"라며 "임 전 청장을 통해 강압적으로 이 총재와 연루시키려는
흔적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의혹의 근거로 임 전 청장이 11일 구속집행 정지로 출소해 병원
에 있는 사실을 내세웠다.

검찰은 임 전 청장의 구속을 풀어주고 임 전 청장은 그 대가로 법정에서 이
총재를 겨냥하는 진술을 하는 "플리바게닝"이 이뤄진게 아니냐는 얘기다.

또 이 총재는 임 전 청장이 작년 11월 중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과 구속된 이회성씨를 만나 대선자금 모금문제를 폭넓게 논의
했다고 진술한데 대해서도 "동생이 이들과 3자 대면한 적이 없다"고 부인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신중한 반응이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지만 재판중인 사건인
만큼 이 총재의 개입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 이제야 밝혀진 것"
이라며 "검찰도 이 총재를 소환조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