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저를 울리고 웃겼습니다"

지금은 TV브라운관을 떠난 개그맨 성낙앙(34)씨.

한때 "동작 그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누렸던 성씨의 현재
직업은 벤처기업 대표다.

그는 "둘리"를 캐릭터로 어린이화장품을 제작 판매하는 "젊은 화장품"의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성씨가 잘 나가던 개그맨을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인기가 떨어지면
냉담해지는 연예계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

그는 95년 수입화장품 외판업에 뛰어들었지만 투자비만 날려버렸다.

그후 국산품으로 승부를 내자는 각오로 자체 화장품회사를 만들었으나
또 실패.

개그맨으로 번 돈까지 모두 날린 성씨가 마지막으로 두드린 것은
어린이화장품이라는 틈새시장.

시장규모가 4백50억원정도로 대기업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존슨앤존슨 등 외국제품이 시장을 완전 장악한 상태여서 시장진입
자체가 쉽지않았다.

국내 브랜드로 승부를 걸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때 4살난 딸아이가 보던 인기만화 "둘리"가 성씨의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작가 김수정씨를 찾았다.

둘리가 가진 높은 인지도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득했다.

김씨로부터 승낙을 받아낸 후 1년동안 시장조사를 마치고 제품개발에 몰두한
끝에 97년 11월 첫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히트.

대리점도 한 달새에 50군데나 문을 열었다.

물량을 제대로 대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IMF는 성씨의 꿈을 수포로 만들었다.

대리점중 절반 이상이 부도를 내고 말았다.

지난 2~4월사이 부도금액만도 5억원이 넘었다.

물건은 잘 팔렸지만 자금회수가 제때 되지 않았던 탓이다.

판매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성씨는 전국 25개 대형할인매장과 납품계약
을 체결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품생산.

판매대금이 회수가 안 돼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상황에서 생산여력이
없었던 것.

미라화장품의 윤재동사장을 찾았다.

윤사장으로부터 6개월간 주문생산을 해준다는 승낙을 받아내 둘리제품은
지난 9월 다시 시장에 선을 보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IMF가 성씨를 도왔다.

IMF이후 할인매장을 찾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늘면서 수입제품보다 가격이
싸고 로얄티는 내지 않는 "둘리"가 먹혀들기 시작했다.

애국심에 호소한 마켓팅의 덕을 독톡히 보면서 매장내 판매순위도
외국제품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제품 출시후 한 달만에 다시 판매량이 3배이상 늘었다.

성씨의 내년도 사업목표는 매출액 1백50억원.

외국업체가 장악한 어린이 화장품시장의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IMF가 저에게 준 교훈은 단순합니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린다는거죠"

성씨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 "둘리"를 브랜드로 삼은 화장품을
들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연락처 (02)322-0104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