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목포~광주 개발계획을 보면 5년전 문민정부시절 부산광역권 개발
계획을 위치만 "동에서 서"로 옮겨놓은 듯하다.

"공항은 대산에서 무안으로, 신도심은 수영에서 상무로, 신도시는 양산에서
영암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계획의 기본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관료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층의 지역정서에 구미가 맞는 그럴싸한
국토계획을 재빨리 내놓는데는 이골이 나있다.

문제는 특정지역의 개발기대나 정치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급선무일뿐
경제성에 입각한 타당성 따위는 뒷전이라는 데 있다.

부산계획도 그랬다.

부산판 "분당"이라던 양산신도시는 지반조사도 끝내지않고 착공을 서둔데다
그 이후 불어닥친 주택불경기로 인해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끝장나버렸다.

부산권개발의 상징이던 삼성자동차는 공장 문을 닫을 운명에 놓였다.

5년전 화려했던 정부의 부산개발계획발표와 그 이후 전개과정을 기억하는
지역주민들은 국토개발계획을 부동산사기꾼의 가짜 개발계획서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앞으로 목포~광주권에도 대기업공장들이 한 두개쯤 유치될 것이고 신도시
착공은 주택경기에 상관없이 앞당겨질 것이 뻔하다.

하지만 5년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한 경제상황에서 이 계획이 과연
어느 정도 자생력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5년후 이 지역주민들이 지금 부산사람들처럼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동우 < 경제부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