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은 17일부터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공표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

LG는 이날 상업은행에서 권문구 LG전선 부회장과 배찬병 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주요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 SK 등도 이날 약정을 맺는다.

대우는 김우중회장이 베트남에서 돌아온 다음 19일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대는 일부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어 약정체결일정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이번 주말로 5대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이 최종 확정돼 본격적인
실천만 남겨 놓은 셈이다.

그러나 5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해 금융계
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선 거창한 외자유치계획부터 현실을 무시하고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주도한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5대그룹이 다른 그룹의
눈치를 보면서 외자유치계획부분을 공란으로 남겨 뒀다가 지난 15일 오전
에야 금액을 제시했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실제 그동안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보면 5대그룹의 외자유치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5대그룹이 제시하는 내년도 외자유치계획은 1백35억8천4백만달러(차입성
외자유치 제외)며 이중 계열사나 자산매각 등 직접투자분은 64억5천9백만
달러, 주식 전환사채(CB) 등 증권발행을 통한 유치가 71억2천5백만달러이다.

그러나 연도별 외국인 투자규모는 지난 96년 2백35억8백만달러를 최대로
97년부터는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주식시장 투자자금을 포함하고 있다.

IMF이후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외국인의 투자가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5대그룹의 유치계획은 실현여부가 불투명하다.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빅딜 사업들도 외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증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5대그룹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내년중 예정한 주식발행금액은
12조7천2백72억원.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규모가 가장 컸던 올해 13조1천억원(12월 예정금액
포함)과 맞먹는다.

증자자금을 대부분 5대그룹이 독식하지 않는한 이같은 증자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에서는 매 분기별 이행실태를 평가하고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여신
중단 등 조치를 취하겠다지만 이 역시 과연 그렇게될지 미지수다.

5대그룹이 상반기 체결한 약정을 지키지 않고 넘어간 전례가 있는데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재벌개혁을 발표했지만 끝까지 밀어부친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동운동세력의 개입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틀림
없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