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에 비즈니스가 숨어있다.

중국에서는 화장실 용품을 팔고 유난히 깔끔을 떠는 포르투갈에서는
청결제품으로 승부하라.

모스크바 시민들에게는 욕조와 부엌 제품이 노다지 상품이다"

세계 비즈니스 시장 보고서 "달러가 보인다"(황인태 저, 푸른숲)가
출간됐다.

저자는 국내외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와이즈디베이스의 전략기획실장.

지난 4년간 미국 CNN방송 기자로 1백37개국 비즈니스 현장을 누빈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진출 전략을 소개한다.

그는 지구촌 최대 시장인 중국부터 남태평양 섬나라까지 그들의 문화와
관습, 민족성과 라이프 스타일, 구매패턴 등을 분석하고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상품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나라마다 시장진출 거점으로 삼아야 할 요충지,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사항,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상품과 디자인.색상, 숙박 교통정보도 알려준다.

그는 한국인 특유의 집념이 시장개척에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오기와 투지
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며 각 시장상황에 맞는 틈새전략을 먼저 세우라고
말한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포인트는 결국 품질과 가격.

값은 중국에 밀리고 제품은 일본을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지만 거꾸로
일본제품보다 싸고 중국제품보다 품질이 좋은 것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도 애용한다는 세계적 수준의 낚시대와 레저.스포츠 용품이
대표적인 예다.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산 유아용품이 경쟁우위에 있고 노인용 보청기와
보행보조기구 등 실버산업도 유망하다.

저자는 특히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습관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으라고 권한다.

중국 신흥 부자들 사이에서 수세식 화장실 붐이 일고 있으니 화장실용
청정제나 휴대용 티슈 등을 수출하라고 조언한다.

여성 흡연율이 높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다
발각될 경우 무거운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담배 케이스에 휴대용 재떨이를
접목시키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 나라의 한국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9.7%인 것을 감안할 때 자동차
액세서리 사업도 할 만하다.

지리적 여건 역시 틈새상품의 진입로다.

호수가 많은 캐나다에서는 상류층의 40%가 영국계이므로 이들이 선호하는
보수적 색상의 방수재킷이 잘 먹혀든다.

인구 6천만명에 전화기가 2백만대뿐인 이집트.

자체 전화기 생산회사가 없는 이 나라에서는 중고 전화기가 최고 인기 상품
이다.

정부의 문맹퇴치운동에 맞춰 가격 폭등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백칠판 등
문구류 수출이 유망하다.

중고상품으로 시장공략이 가능한 나라와 전략사업 아이템도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탈이 고가에 팔린다.

오래된 것이라면 광적으로 수집하는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의 그림이나
우표 등을 좋아한다.

파리 벼룩시장에는 우리나라의 다 쓴 전화카드가 인기 품목이다.

쿠바도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나라로 꼽힌다.

해양 휴양지로 각광받는 이 나라에서는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중고 에어컨과
텔레비전 수요가 높다.

음식 도둑이 많은 페루에서는 자물쇠를 단 중고 냉장고가 잘 팔린다.

연간 관광객 수가 1억명이 넘는 체코에서는 쓰고 남은 비누와 샴푸가 인기.

운동화 깔창도 노점상들에게 대환영을 받는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