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전면개정한 기업회계기준 및 새로
제정한 금융업회계처리 준칙을 지난 11일 심의의결 함으로써 앞으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주요내용은 환차손 또는 환차익을 당해연도 결산에 1백% 반영해야 하고
오는 2001년부터 자산재평가를 금지하며, 금융기관들은 지급보증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 보유 유가증권 및 파생금융
상품을 싯가로 평가하고 그 손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회계기준이 이렇게 바뀜에 따라 당장 기업은 자기자본이 줄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BIS비율이 상당히 하락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 같다. 또한 환율이나 유가증권시세의 등락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도 급해졌다.

하지만 이번 회계기준 개정은 이미 예정됐던 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이 우리기업의 경영투명성 및 대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회계기준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고치도록 강력히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나 다국적기업이 우리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단기적으로 투자자보호를 통해 우리경제를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및 금융기관의 대외신뢰성 및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회계기준
국제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이왕 회계기준을 국제화할 바에는 이에
따른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우선 크게 바뀐 회계처리 기준을 신속하게 교육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상법 세법 등 관련법규를 검토하고 개정된 회계기준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다.

또한 회계기준 국제화로 기업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연구개발비를 일부만 이연상각하고 나머지는
당해연도에 전액 비용처리하게 됨에따라 가뜩이나 줄어든 기업의 연구개발
지출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회계기준을 국제화한다고 우리기업의 경영투명성 및 대외신뢰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아울러 외부감사제도를
크게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끝으로 회계기준을 국제화하는 것도 좋지만 적용대상 및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환차손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미국중심의 환차손 처리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고 캐나다는 우리처럼 이연처리를 허용하고 있는데
국제거래가 거의 없는 비상장기업까지 일률적으로 당기손익 처리를 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