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 정상회담이 12일 이틀 일정을 끝냈다.

회담 결과는 한마디로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다.

이번 회의는 유러화 출범을 3주 앞두고 열린데다 동구권 11개국의 가입을
위한 제도개편등을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그러나 합의문에 넣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고용창출이 유럽의 최대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한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세제개편이나 지원금 지급문제 등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분야에서는
말싸움만 이어졌을 뿐이다.

이상과 현실이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이다.

<> 고용 =고용창출을 최우선 유럽연합의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이를위해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중에 고용협약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월 열렸던 정상회담에서의 결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한다.

정책공조로 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감소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구체안을 만들자는 프랑스와 독일의
주장이 외면당한게 이를 반증한다.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영국 등이 거부했다.

영국은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투자 확대에 따른 물가인상등의 부담을 우려한 나라들도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 재정정책 조율 =EU 회원국간의 "남북문제(빈부격차문제)"가 가장 극명
하게 노출된 자리였다.

독일 등 부유한 나라들은 과도한 분담금을 더이상 못내겠다며 연간
9백90억달러에 달하는 유럽연합의 예산을 오는 2006년까지 동결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스페인 등 남부지역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입씨름끝에 도출한 결과는 내년 3월에 다시 논의하자는 것.

부유한 국가에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감축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은 제각각이다.

독일은 국가별 분담금액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마다 34억달러
의 환급금을 받고 있는 영국은 환급금제도를 유지하자고 요구했다.

농업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는 프랑스는 각종 기금지급을 당장 폐지하거나
축소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세제개편 =세제단일화 방안이 부분적으로 논의됐다.

개인저축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공조원칙에 합의했다.

또 내년 6월부터 담배와 술에 대한 면세판매를 금지키로 했던 것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인세나 이자소득세등 금융및 기업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 전망 =대부분의 의제들이 내년 3월 브뤼셀회의로 넘어갔지만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예산 세제 등 각종 현안들이 부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혁명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는 자크 상테르 EU 집행위원장의 실토가
그 분위기를 말해 준다.

동구권 11개국의 EU가입도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권 국가들이 대부분 가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편성에서 많은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