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득만리구 개과주사은
온난개여아 천하무한인

어떻게 하면 만리 큰 옷을 얻어서/
천지 사방 두루 감싸/
모두 나처럼 편하고 따뜻하여/
이 세상에 추위에 떠는 사람 없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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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백거이가 그의 신제포구시에서 한 말이다.

백거이는 형부상서까지 지냈고 평생 어려움을 모르고 산 사람이다.

그런데도 겨울에 두툼한 솜옷 한벌 만들어 입고서 즐거워 하다가 문득
생각이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어려운 사람 사정은 어려운 사람이 안다 하고 부자는 어려운 사람 사정을
모른다고도 말한다.

각박한 세상이다.

눈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진다.

사람들의 마음도 자꾸 얼어붙는다.

백화점에 걸려있는 억대를 호가하는 수입 모피 코트를 사 입는 사람의
마음에도 백거이와 같은 정이 서렸으면 좋겠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