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IMF이후 현금확보 차원에서 발행했던 회사채를 잇따라 만기전에
되사들이고 있다.

올해초 연 30%까지 치솟았던 회사채수익률이 연 8%대까지 떨어지고 신용
경색이 어느정도 해소되자 고금리 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지난5월27일 발행했던 5백억원 규모
회사채중 4백억원을 지난 8일 채권보유기관으로부터 매입해 증권예탁원을
통해 채권을 말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17일 발행했던 3백억원 규모 회사채중 2백억원도
되사들였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 5~6월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금리가 연 18% 수준
이었지만 이제는 연 8% 수준이어서 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도상환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도 지난 5월4일 내놓았던 회사채 7백억원중 2백억원을 되사들였다.

현대전자의 경우는 지난 9월30일 발행했던 사모사채 5백억원을 한달여만인
지난달 9일 전액 중도상환하기도 했다.

홍기형 증권예탁원 채권등록부장은 "회사채를 중도에 매입해 소각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금리가 급락하고 자산매각 등으로 자금여유가
생긴 기업들이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중도상환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기업들의 회사채 중도상환 규모는 올들어 1조2천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증권예탁원).

이중 5대그룹이 8천2백38억원으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룹별로는 LG그룹이 3천6백7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그룹 3천2백8억원
<>삼성그룹 8백20억원 <>SK그룹 4백억원 <>대우그룹 1백40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 10월말 금융기관의 회사채보유한도제가 실시된 이후엔 회사채
중도상환 움직임이 중견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태영이 3백억원을 되사들인 것을 비롯해 <>동서산업 1백억원 <>한불화장품
50억원 <>주리원 30억원 <>강림파이프 10억원 <>해덕산업 50억원 등이 각각
중도상환됐다.

회사채 발행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회사채를 되사들일때는 시장에 형성돼
있는 유통수익률 이하를 적용받는다.

그만큼 비싸게 되사는 셈이다.

대우증권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고금리 회사채를 만기
까지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보다 1~2%포인트 이상 낮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 통례"라고 전했다.

한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도상환에 나서면서 회사채 보유기관과의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로서는 고금리 채권을 될수록 오래 보유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발행기업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등
상호간의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