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만 남기고 다 버린다"

이런"선택과 집중"이 기업 구조조정 성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강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떼어내 가벼운 몸집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퇴출"선고를 받았던 에스에스.하티스트의 여성복
브랜드 "아이덴티"는 바로 이 전략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났다.

아이덴티는 올해 매출 65억원의 중견 여성복.

그러나 이 사업을 꾸려가는 인원은 단 5명이다.

이들은 전원 30대.

초미니 조직이지만 영파워를 자랑한다.

올초까지만 해도 이 팀에는 18명의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실적은 영 시원치 않았다.

가뜩이나 의류시장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던터에 지난해말 IMF한파까지
닥치자 아이덴티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결국 올초 아이덴티에 "사망통보"가 날아들었다.

회사측이 아이덴티 브랜드를 철수키로 결정한 것.

이때 숙녀복사업을 총괄하는 김용주 여성복팀장이 "변신할 기회를 한번만
달라"고 회사측에 매달렸다.

"실패하면 철수하겠다"는 조건과 함께 아이덴티는 곧 대변신에 착수했다.

변신의 키워드는 "아웃소싱".

상품기획에서 디자인, 생산까지 모든 일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겼다.

대신 아이덴티팀에는 제품기획과 유통, 외주업체 관리를 담당할 브랜드
매니저와 디자인, 생산 각각 한명, 영업 2명등 총 5명만 남겼다.

그후 아이덴티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결재라인이 사라졌다.

각자가 담당분야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모든일은 스스로 결정한다.

중대사안도 4명이 함께 모여 그자리에서 결정하면 된다.

담당영역이 분명하기 때문에 책임경영도 가능해졌다.

7명이던 디자이너가 한명으로 줄었지만 디자인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과거에는 소속 디자이너들의 머릿속에서 모든 디자인이 나왔죠. 이제는
옷의 스타일에 따라 여러 전문업체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능해졌습니다"(김동민 브랜드 매니저).

현재 아이덴티는 3곳의 기획및 디자인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무엇보다도 슬림화로 원가가 낮아졌다.

제품가격을 내릴 여력이 생긴것이다.

여기에 마진도 조금 줄여 소비자가격을 30~35% 내렸다.

대신"노세일"을 선언했다.

노세일을 통한 수익성 확보와 IMF시대에 맞춘 합리적 가격대라는 기업과
소비자의 니즈를 결합한 신가격전략이었다.

제품에도 대수술을 단행했다.

우선 제품의 중심을 개성있는 디자인의 정장에서 어디서나 편하게 입을수
있는 캐주얼로 바꿨다.

한벌 정장보다는 스커트, 스웨터, 바지등 단품을 많이 만들었다.

단품별로 따로 산뒤 조합해 입을 수 있도록 제품간 "호환성"에 초점을
맞춘 것.

유통전략도 바꿨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종합매장에는 입점금지.

집중공략 대상은 백화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제품을 걸어놓으면 매출을 일으킬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디자인 가격등 모든면에서 제품력에 자신이 붙은 결과다.

그래서 올초 롯데백화점 본점등 두곳 뿐이던 백화점 매장을 7개로 늘렸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변신이후 첫 제품을 출시한 올 9월부터 롯데백화점 본점매장의 월매출이
1억원을 넘는등 백화점 중심으로 판매가 되살아났다.

올초만해도 아이덴티가 생산한 제품중 60%이상을 팔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75%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덴티는 내년도 매출을 8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보다 20% 높인 액수다.

"현상유지면 대성공"이라는 요즘 의류업계 상황에서는 보기드문 목표다.

패션사업은 대기업에 적합하지 않다는게 통념이었다.

대기업의 비대한 몸집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행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장점은 정보력과 자금력.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망을 관리하는데는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있다.

그래서"아이덴티는 기획과 유통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패션대기업
구조조정의 대표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