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빚더미에 올라 무능력자로 전락한 소비자파산자들에게 법원이
빚은 탕감해주고 경제활동이 가능토록 해주는 면책결정을 내렸다.

또 완전 면책대상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생의 기회를 주기위해 채무 일부를
면제해 주는 "일부면책"결정도 내려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재판장 이규홍부장판사)는 8일 법원에 소비자파산을
신청, 파산선고를 받은 신모씨(중소업체 사장.51) 등 9명에게 전부면책을,
김모씨 등 2명에게 채무의 40%와 30%를 각각 갚도록 하는 일부면책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전부면책허가를 받은 9명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취업 신용거래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부면책된 김씨 등 2명은 면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무를
갚을 때까지 전문직, 공무원 취업 및 금융거래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씨 등 9명의 경우 채권자들이 아무런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면책불허 사유도 발견되지 않은 만큼 면책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 등 2명은 변제 능력이 없는데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융통하는 등 면책불허 대상에 해당되지만 빚을 갚기 위해 어쩔수 없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점 등을 감안해 일부 면책만 허가한다"고 말했다.

재판부 서경환 판사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을 "사회적 무능력자"로
매장하기 보다 면책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파산법의 취지를 적용했다"
고 밝혔다.

이번에 면책허가를 받은 사람의 직종은 중소업체 사장에서부터 공무원 주부
보험설계사 회사원 등 다양하다.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던 신모씨의 경우 기아부도후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4억3천여만원의 부채만 떠안은채 회사문을 닫았다.

신씨 부인도 회사 운영자금 대출과 관련해 4억2천여만원의 보증채무를 지게
됐다.

이들 부부는 결국 법원의 면책허가를 받아 8억여원의 빚을 탕감받고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게 됐다.

파산원인도 기업도산에 따른 부채를 비롯 빚보증, 주택구입 융자금의
상환불능, 카드론 등 다양하다.

서판사는 "소비자 파산을 신청한다고 모두 면책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며 "사기파산 등 면책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은 철저히 선별해 면책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모(27.여)씨는 일부 면책결정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

재판부는 김씨가 부모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카드론등을 통해 대출받은 행위
를 일단 면책대상으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김씨가 사실상 파산상태인데도 카드 할인대출(일명 카드깡) 등을
통해 현금을 차용했다고 판단, 60%의 빚만 면제해주고 복권은 나머지
채무변제후로 미뤘다.

옥석은 가리자는 것이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