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작은 정성을 모아 7년여동안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아녜스의 집"을 돕고 있다.
아녜스의 집에는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는 고아나 결손가정의 소녀들
20명이 있다.
필자가 7년전 김포공항지점에 근무할 때 일이다.
고객중 재일동포 한 분이 출국하면서 선뜻 1천만원을 지점에 기탁했다.
불우이웃을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에 감동해 몇몇 직원들에게 "불우이웃을 돕자"는 편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게 아녜스회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성금을 기탁하는 직원이 2백명을 헤아린다.
아녜스의 집과 인연을 맺고 7년여동안 후원하면서 보람도 많았다.
어린 소녀 6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해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볼 때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지난 94년 크리스마스때 아녜스의 집을 방문, 소녀들과
사랑을 나누며 이들을 격려했다.
우리 회원들은 "낮은 곳" 즉 불우한 이웃과 함께 하는 추기경의 모습을
확인했다.
불우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활을 위한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과 말동무가 되는 것이다.
회원들은 매달 아녜스의 집을 찾아가 어린 소녀들을 만나 환하게 웃고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물질적인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봉사활동이다.
회원들은 35년동안 고아들만을 돌 본 슈왈츠(한국명 소재건)신부의 삶을
되새겨 보곤 한다.
슈왈츠 신부는 미국태생으로 지난 57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곧바로
우리나라에 와 고아들을 돌본 뒤 지난 92년 불치병으로 별세했다.
우리 주위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한 이웃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그들을 모두 도와줄 수는 없지만 아녜스회처럼 작은 모임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고통을 나눌 때 우리의 가정 직장 사회도 좀 더 나은 곳으로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경복 < 외환은행 일산신도시지점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