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연세 구십이나 되신 노모가 계시는데 어머니는 떡을 무척
좋아하신다.

그러다 보니 잔치 집에 갔다 올라치면 주위에서들 으레 "어머니 갖다드리라"
고 떡을 싸준다.

떡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할머니 생각에, 아들.며느리.손자가 제각각 떡만 보면 싸 나르다보니
우리 집에는 도무지 떡이 떨어질 날이 없다.

나는 떡을 싸 든 신문지를 들고 올 때면 다음과 같은 당시가 생각나곤 한다.

"자비로운 까마귀가 그 어미를 잃고 까옥 까옥 슬픈 소리를 토한다.

그 가운데 호소하는 듯한 소리가 있으니, 바로 은혜를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의 "자오야제"를 보면 비록 날짐승이라고는 해도
그 갸륵한 부모 사랑이 눈물겹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들의 경우 자라서 자립할 때가 되면 가차없이 어미가
새끼를 밖으로 내쫓고 새끼 또한 미련없이 어미 곁을 떠나 제 살길을
찾아간다.

어쩌면 부모나 형제를 죽을 때까지 서로 보살피고 살아가는 것은 오직
인갈일 뿐이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니 우리민족의 경우가 특히
타의 모범이 될 만한 경우가 아닐까.

우리 민족의 사유 저 밑에 흐르고 있는 기본적인 사상이 바로 유교 철학인
바 부모를 섬기는 효의 정신 또한 바로 인의 사상에서 나온 것이며 이 효의
정신은 생명창조의 철학이자 가장 핵심적인 가족정신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날짐승 중에서 유독 까마귀의 "반포지효"가 우리들 심금을 울리듯 세상
수많은 인종들 중에서 우리 민족의 효심만은 분명 남다른 데가 있어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정이 대가족에서 소가족형태로 바뀌면서 이 효의 사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늙은 어머니를 길에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이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는가
하면 부모를 굶겨 죽이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끔찍한 일 또한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힘 우리 민족을 가장 우리 민족답게 하는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독교는 사람을 신과 비교하지만 유교는 사람을 짐승과 비교한다.

까마귀가 늙은 어미를 위해 반포하듯이 오늘도 나는 정성껏 노모에게
떡을 나르는 그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