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주재한 정.재계간담회의 합의문 내용은 연초 김
대통령과 5대그룹 오너들이 합의한 5대원칙중 핵심 주력업종으로의 집중을
확실히 함으로써 올 한햇동안 정부가 우리경제의 당면과제로 추진해온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은 완결편이다. 이로써 5대그룹은 각각 3~5개 핵심 주력
업종 위주로 재편되며 계열사수도 지금의 2백64개에서 1백30여개로 크게
줄어들게 됐다.

숱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처음 예정대로 올해안에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게 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이번 합의가 외국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신용등급 재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비주력업종의 맞교환에 따른 실무작업 및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하로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과
마찰이 예상되는 만큼 다음 몇가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선 5대그룹간 또는 5대그룹과 주채권은행간에 손실분담 및 출자전환
규모와 조건을 놓고 마찰이 있더라도 자율적인 협상에 맡겨야 하며 더이상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구조조정작업을 주도하는
주무부처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혼선만 빚었다는 기업측의
불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구조조정의 큰 밑그림이 그려졌고 5대그룹
도 비주력부문의 자산매각 및 지분정리를 통해 부채상환 또는 주력업종
출자를 약속한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특히 "더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합의를 도출하라"는 김 대통령
의 지적에 따라 합의내용을 오는 15일까지 맺을 예정인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반영하고 주채권은행이 이행상황을 공시할 예정이라면 "대대적인 기업구조
조정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앞으로는 거래 은행이나 소액주주들의
감시장치에 의해 일상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또한가지 문제는 이번 합의대로 5대그룹의 계열사가 대폭 정리될 경우
대대적인 감원바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비록 이번에 주력업종으로
포함된 계열사들도 앞으로의 생존은 각 개별기업의 자체역량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실업자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우리사회에서 혜택받은 계층에 속하는 5대그룹 직원마저 감원태풍에
휩싸인다면 어디에서 직장을 구하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심정을
헤아려 강력한 고용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이른바 "선단식"경영방식이 막을 내리게 됐지만 앞으로
우리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기업상이 없다는 점도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
시키는 요인이다. 고도성장을 추구해온 지난 60년대이후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재벌중심의 경제운용 틀이 바뀐다면 향후 대기업집단의 위상과 역할도 제시
돼야 마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