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대규모 니트공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제품 출고전 최종적으로 하자 여부를 살피는 인스펙터가 전부 할머니여서
이유를 물었다.

젊은 사람은 단조롭고 지루하다며 자주 그만두고 실수가 많지만 나이든
여성들은 이직이 적은데다 침착하고 꼼꼼해 검품 업무에는 제격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세대별 특성이 중시되는 일은 많다.

젊은사람의 패기와 적극성도 중요하지만 나이든 사람의 신중함과 사려깊음이
더 요구되는 일도 적지 않다.

세월 속에 쌓인 다양한 경험은 젊음의 용기와 추진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노하우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근래 연륜의 가치가 무시되는 경향이 짙다.

계량화할수 없는 지식이나 지혜는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컴퓨터기술이나
토익점수등 눈에 보이는 것만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디오녹화를 아이들이 한다고 해서 그들이 부모보다 더 유능한 건 아니다.

기업의 조직도 상사의 경륜과 부하직원의 진취성이 조화될 때 보다
원활하게 움직이고 좋은 성과를 낼수 있다.

IMF체제 이후 장.노년층의 퇴출이 심각한 지경인 가운데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이 60세이상 정년퇴직자들로 운영할 "숙년공장"을 세운다는
소식은 신선하다.

급여는 연봉 3백만~5백만엔(3천만~5천만원)으로 현역때보다는 적지만
대신 근무형태를 다양화하고 65세까지 일하게 하리라 한다.

이같은 재고용제도가 나오는 것은 일본정부의 연금지급 연령이 현재의
60세에서 점차 늦춰져 2013년부터는 65세가 되는데 따른 것으로 다른
대기업에도 확산되리라는 보도다.

99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노인의 해다.

노인대신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고 하지만 중요한 건 호칭보다
앞세대의 경륜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존중이다.

젊은층의 운영 미숙과 착오를 시정하고 보완해줄수 있는 세대도 있어야
한다.

퇴출세대의 한탄과 분노, 자조의 소리가 더 높아지기 전에 70~80년대 이땅
발전의 주역인 그들이 온몸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할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