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채권은행 그룹 등 3자간의 시각차로 선정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5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은 지난 3일 8개사를 선정해 보고했으나 은행감독원이
절반이상에 대해 "퇴짜" 판정을 내려 반려했다는 후문이다.
주채권은행과 그룹측이 출자전환대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격미달업체"를
후보로 제시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제시한 출자전환 대상기업은 <>대표적인 주력기업중에서
<>사업성은 충분하나 <>국제적 기준으로 볼때 부채가 너무 많아야 한다.
또 대출금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3백~4백%선까지 낮추고 이어 외자
유치를 통해 2백% 이내로 더 낮출 수 있는 기업,다시 말해 외국인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투자수익률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충족
시키려면 무엇보다 "수익성"이 좋아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제출한 기업중 태반이 바로 이런 요건들중 1~2개를
갖추지 못한 곳이라는 입장이다.
은감원 관계자는 "예컨대 현대석유화학 삼성항공 삼성중공업 등 빅딜(사업
교환) 대상업체는 처음부터 출자전환대상에서 배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1차시험에 떨어진 기업이 2차시험을 보겠다고 것과 같다"
며 "당국의 의지를 떠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빅딜을 통해 특정사업부문을 떼내 "빅딜 모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짊어질 경우에는 출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내부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당국조차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채 사후적으로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시한을 주고 의무적으로 몇개씩 대상기업을 선정하라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표정이다.
삼성 SK 등의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요건을 갖춘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사업성을 하루아침에 평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
이다.
일각에선 금감위가 모든 자료를 확보한 만큼 직접 대상기업을 선정해
주는게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당국이 출자전환의 원칙과 절차 등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
에서 "일단 목숨부터 맡기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3자간 줄다리기에도 불구하고 대상명단은 늦어도 7일 열리는 정재계
간담회 전까지는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자가 모두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간담회에서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대상선정작업은 그룹총여신 1% 이상을 갖고 있는 그룹별
주요채권단협의회에서 90%의 찬성을 얻고 다시 전체 채권단협의회에서 이를
수용해야 끝난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